[경제시평-장민] 소득 3만 달러 시대 노인 빈곤

국민일보

[경제시평-장민] 소득 3만 달러 시대 노인 빈곤

입력 2019-10-22 04:02

지난주 발표된 올해 노벨 경제학상의 영예는 빈곤 퇴치를 연구해 온 세 명의 개발경제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연구 내용을 알려면 공동 수상자이자 부부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교수와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의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Poor Economics)’라는 책을 읽어보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빈곤퇴치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을 제시하면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과거 우리나라의 정책을 모범사례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선 마당에 빈곤은 더 이상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도 아직 빈곤과 관련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고령층 빈곤 문제도 그중 하나다.

OECD는 해당 국가의 가처분소득 중위값의 절반에 미달하는 계층을 상대적 빈곤층으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2인 가구의 경우 대략 가구 월 소득 140만원 이하가 이에 해당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층 빈곤율은 2017년 현재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43.8%로 OECD 평균인 14.8%를 크게 웃돈다. 우리나라 고령층의 자산 구조가 상대적으로 주택 등 부동산에 치우쳐 있음을 고려해 이를 소득으로 환산한 경우에도 고령층 빈곤율은 30%대로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고령층 빈곤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고령사회로 급속히 진입한다면 경제나 사회적으로 많은 부작용이 초래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모든 연령층에서 빈곤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근로 연령층인 18세에서 65세의 빈곤율은 10%대 중반으로 OECD 국가 평균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OECD 국가는 모든 연령대에서 빈곤율이 10%대를 유지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근로 연령층에서는 10%대를 유지하다가 대다수 근로자가 은퇴한 65세 이후 연령층에서 빈곤율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데 있다. 이는 여타 OECD 국가에서는 근로자들이 은퇴 이후 공적 연금이나 사적 연금, 사회이전소득 등을 통해 일정 수준의 소득을 영위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은퇴 이후 근로소득을 적정 수준으로 대체해줄 수 있는 소득보완 장치가 미흡하다는 데 주된 원인이 있다. 여기에다 높은 자녀 양육비나 교육비, 주거비를 감당하느라 제대로 된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는 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열심히 일했는데도 불구하고 은퇴 이후 최소한의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앞으로는 고령층 빈곤율이 점차 개선될 것이다. 국민연금 수급자 비율이 2020년 40% 수준에서 2030년에는 50%, 2050년에는 80%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사적 연금도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 소득 100만원 미만 소득층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률은 10%대 초반으로 전체 평균인 60%대 후반보다 크게 낮고 개인연금 가입률도 0%에 가깝다. 이는 고령층 빈곤율 개선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고령층일수록 빈곤은 개인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당장 경제 여건이 어려운 고령 빈곤층에 대한 일자리 제공이나 기초연금 확대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여타 선진국처럼 은퇴 이후에도 일정 소득이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후 대비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주거비나 교육비 등 생활 여건을 효과적으로 안정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교육제도나 노동시장 개혁 등 우리 사회의 구조 개혁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사회이전소득 등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다만 이는 재원 확보를 위한 국민 부담 증대가 불가피하므로 다양한 논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를 도출해나가는 과정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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