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계, 주52시간제 중소기업 호소 외면 말라

국민일보

[사설] 노동계, 주52시간제 중소기업 호소 외면 말라

입력 2019-10-22 04:03
내년부터 중소기업(50∼299인 사업장)에도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무제와 관련, 청와대가 국회에서 탄력근무제 확대 입법이 되지 않을 경우 계도기간 부여 등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20일 “입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형태든 행정부 차원에서의 보완 방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늦어도 12월이 되기 전에는 입법 상황을 보면서 계도기간 설정으로 위반 시 처벌을 유예하는 방안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21일 일제히 논평을 통해 예정대로 내년 1월 시행을 촉구하며 반대 뜻을 밝혔다.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300인 이상 사업장보다) 1년6개월의 준비기간을 더 부여했기 때문에 추가 계도기간은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주52시간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39%가 주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했다. 준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53.3%)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완책 없이 강행하면 상당수 중소기업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지난해 7월 시행된 대기업에도 최대 9개월의 계도기간을 줬다. 그럼에도 초반에는 대기업조차 혼란을 경험했다. 대기업보다 경영환경이 훨씬 어려운 중소기업이야말로 적응 기간을 주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무리한 시행보다는 안착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국회 입법이 시급하다. 계도기간 등의 행정조치는 차선책이다. 주52시간제 부작용을 줄이고자 지난 2월 노사정 대표들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적용기간 확대(현행 3개월에서 6개월)안이 지난 11일 뒤늦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데 주목해야 한다. 탄력근로제는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정기간 평균노동시간을 주52시간에 맞추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는 논쟁만 하지 말고 이견을 좁혀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노동계의 양보와 정치권의 각성이 요구된다.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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