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죽음을 인정할 때 삶의 새 지평 열린다”

국민일보

“다가올 죽음을 인정할 때 삶의 새 지평 열린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수서교회에서 이틀간 세미나

입력 2019-10-31 00:03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수서문화재단 이폴연구소는 지난 28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수서교회에서 제5차 죽음세미나를 열었다. 참석자들이 29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서교회 제공

“그는 서재로 돌아가 자리에 누워 다시 혼자 죽음과 대면해야 했다. 죽음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죽음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젖어 들 뿐이었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한 대목이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가 의사로부터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보인 반응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죽음을 자기 일로 여기지 못하고 두려움 무력감 고독감을 느끼는 주인공을 내세운다. 이어 그가 죽는 순간을 정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이야기를 완결한다.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주는 방식에 대한 고찰이다.

기조강연을 하는 황명환 수서교회 목사. 수서교회 제공

서울 수서교회(황명환 목사)는 교회 부설 수서문화재단 이폴(EPOL)연구소와 함께 지난 28일부터 이틀간 제5차 죽음 세미나를 열었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란 주제의 논문 공모 결과 발표를 겸한 세미나에서 성남 예수소망교회 박인조 부목사가 ‘불멸을 통한 죽음의 두려움 극복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란 논문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톨스토이의 글로 논문을 시작한 박 목사는 “죽음의 두려움을 품고 사는 인간이 된다는 것은 죽음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죽을 존재인 것을 인정하며 살라는 것”이라며 “인간은 거기로부터 내가 누구이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게 된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이어 “죽을 존재임을 인정할 때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삶이 회복된다”면서 “하나님의 주권 속에서 경험하는 영원한 삶,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죽음의 두려움을 이용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통로로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지난해 죽음 논문 공모 ‘과학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신학박사 최성수 목사(국민일보 2018년 11월 13일자 27면 참조)가 올해는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와 두려워하지 않을 이유’로 우수상을 받았다. 영문학을 전공한 심영보 목사는 ‘죽음의 미학-죽음은 예술이다’ 논문으로 장려상을 받았다. 모두 20~30쪽 분량에 80여개 각주가 달린 전문 학술 논문들이다.

세미나에선 한국호스피스협회 사무총장 김도봉 목사가 ‘죽음을 앞둔 가족과의 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최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배려와 돌봄이 담긴 말을 건네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원목인 최형철 목사는 ‘환자들의 영적 돌봄’에 대한 경험을 나눴다. 두 목회자 모두 병원 사역을 통해 수많은 임종을 지키며 얻은 성찰을 풀어냈다. 세미나에는 평소 죽음에 관해 관심이 있는 성도와 교회 차원에서 죽음 교육을 해보려는 목회자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폴연구소장인 황명환 수서교회 목사는 “교회마다 죽음 관련 이야기를 해보려 하는데 신학적 성찰이 담긴 교재가 말 그대로 전무해 ‘죽음 인문학’(두란노)을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성공적인 인생은 죽음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가지고 사는 삶’이란 모토로 죽음과 복음을 연결한 책이다.

황 목사는 “고령사회 속에서 죽음 문제에 답해야 하는 지역교회 담당자들이 왜 죽음을 생각해야 하고, 죽으면 어떻게 되고, 부활할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인지를 답할 수 있도록 12강으로 나눈 워크숍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