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왜요? 왜 지금…” 39세에 불치병 선고받은, 한 신학자의 믿음의 투쟁기

국민일보

“하나님, 왜요? 왜 지금…” 39세에 불치병 선고받은, 한 신학자의 믿음의 투쟁기

슬픔 중에 기뻐하다/토드 빌링스 지음/원광연 옮김/복있는사람

입력 2019-11-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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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골수암의 일종이자 난치성 암인 다발성골수종 3기. 아내와 함께 세 살배기 딸과 7개월 아들을 둔, 불과 39세의 신학자인 저자가 2012년 받은 진단명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65세 이상 노령층이 주로 걸리는 병.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 지독한 병을 얻은 저자는 주치의에게 암의 원인을 절박하게 묻지만 “알 수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

“하나님, 왜요? 30~40년 뒤가 아닌 왜 지금입니까.” 미래를 기약할 수 없어 한껏 좁아진 자신의 세계에서 저자는 고통 가운데 하나님께 부르짖는다. 마치 ‘사방이 온통 안개 속에 뒤덮여 빛이 조금도 비치지 않는 상태’나 ‘멀리 있는 방에서 전등이 깜빡거리며 꺼지고 있는 상태’에 처한 것처럼 느껴졌다.


당시 저자는 미국 웨스턴신학대학원 교수이자 목사로 교회 목회도 병행하고 있었다. 진단 일주일 만에 항암 치료에 들어간 그는 학교와 교회에 투병 소식과 기도제목을 전하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저자는 글을 쓰며 항암 치료 중 느낀 감정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이 예상 밖의 고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성경적으로 정리한다.

저자가 암 진단을 받은 뒤 가장 먼저 살펴본 성경은 욥기다. 위기를 만난 기독교인이 갖는 공통적 질문, ‘하나님이 왜 이런 일을 허락했는가’의 답을 찾기 위해서다. 욥기에서 욥은 의롭지만 환난을 겪었고, 하나님께 왜 악을 허용하느냐고 물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애통하며 하나님의 도움을 호소한 시편 기자 역시 고난의 이유에 대해 알지 못한다. 저자는 하나님의 ‘해답 없음’을 이렇게 해석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이고 우리는 아니므로, 악의 문제에 대해 인간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전능한 하나님이 왜 고난(악)을 허용하는가’에 관해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만한 이성적인 설명은 없다. 인간은 창조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창조세계에서 인간은 이야기의 저자가 아니라 등장인물이다. 악의 허용 여부를 아는 것은 인간 지식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 나타난 대량 학살과 영아 살해 등 불의한 고난은 창조주 하나님께 오점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피조물,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은 이에 연민을 느끼며 전심으로 주님께 부르짖을 수밖에 없다. 고통에 얼룩진 세상은 하나님이 창조한 본래의 제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인 불명의 난치병에 걸린 저자는 이유도 모른 채 고난 당한 욥에 깊은 동질감을 느끼며 주님께 애통하기로 결심한다. ‘하나님이 내게 장수를 선물할 의무나 빚은 없다’는 걸 이해하려 애쓰지만, 이른 나이에 남편과 아버지를 잃을 아내와 자녀를 생각하면 하나님을 향해 절로 항의의 기도가 나왔다. 저자는 시편에도 자신처럼 애통하는 내용이 꽤 많다는데 주목한다. 찬양의 시도 적지 않지만 애통의 내용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그 수가 더 많다. 놀라운 것은 시편 속 그 절절한 애통이 종국에는 감사로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이 사라지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하나님의 언약을 신뢰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나 가능한 태도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시편 기자처럼, 고통 중에 하나님을 신뢰하며 애통하는 기도는 불경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실한 행위라고 강조한다.

물론 고난과 악에 대한 문제를 ‘열린 결말’로 남겨두는 일이 쉬운 건 아니다. CS 루이스도 아내가 암으로 사망한 뒤 과연 하나님이 선한 분인지, 아니면 우주적인 새디스트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주권을 믿어야 우리는 그분께 애통하며 탄원할 수 있고, 환난 중에도 주님의 선한 목적을 기대하며 기뻐하고 소망할 수 있다.

항암 치료 후 이뤄진 줄기세포 이식 수술의 성공으로 저자의 예후는 훨씬 좋아졌다. 면역체계도 호전돼 교회 등 공공장소에도 출입할 수 있게 됐다. 예상 수명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저자의 삶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투병 중 그가 명확히 깨달은 건 ‘인생의 연수보다 하나님의 역사에 시선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이다. 장차 하나님 나라가 절정에 이를 때, 우리는 모두 ‘해답 없던 질문의 해답’을 알게 될 것이다. 환자가 아니더라도 죽음을 마주한 모든 이들, 특히 알 수 없는 비극으로 괴로운 이들이 새길 내용이 적지 않은 책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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