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안 사람들’ 교화 30년 그리스도 통해 답 찾았다

국민일보

‘담 안 사람들’ 교화 30년 그리스도 통해 답 찾았다

7개 교도소 소장 역임한 김안식 교수가 말하는 ‘교정 선교’

입력 2019-11-0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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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식 백석대 교정보안학과 교수가 30일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교정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백석대 교정보안학과는 국내 유일의 교정실무 전문학과다. 교정직 공무원을 전문적으로 준비하는 이 학과는 교도소장을 지낸 김안식(62) 교수가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30일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만난 김 교수는 1986년 교정직 공무원 7급에 합격해 청송 안양 서울남부 여주 안동 경주 등 7개 교도소 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1만6000여명의 교정직 공무원 중 20명밖에 되지 않는 최고위직인 고위공무원까지 올랐다. 2016년 30년 교정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듬해 백석대 교수가 됐다.

김 교수는 “전국에는 교도소 41개와 구치소 11개, 민영교도소 1개 등 총 53개 교정시설에 5만5000여명의 재소자가 있다”면서 “57개 보호관찰소에서 7만명을 보호관찰하고, 10개 소년원에는 2000여명이 수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정직은 대다수 국민이 평생 접해보지 못하는 밀폐된 행정 영역”이라면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오늘도 교도소 안에는 수용자와 공무원 등 7만10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교정 예산만 연간 1조5000억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서울 필동장로교회에서 모태신앙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안식일(주일)에 태어났다고 해서 크리스천이었던 조부가 그의 이름을 붙였다. 한국외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교정직 공무원이 됐다.

그는 교도소장을 맡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 김장환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와 조두순씨를 꼽았다. 김 교수는 “2008년부터 김 목사님을 뵀는데, 성도 중 한 명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안양교도소에 입소한 적이 있다”면서 “교회와 극동방송 사역도 바쁘신 분이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성도인 재소자를 찾아 간절히 기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목사님은 과거 열악한 수원구치소 시설을 둘러보고 TV와 신발장 등,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아낌없이 지원해 교정공무원들 사이에서 덕망이 높았다”고 회고했다.

흉악범인 조씨는 2014년 경북북부1교도소(구 청송1교도소) 소장 시절 만났다. 김 교수는 “조씨는 엄중관리대상자였기 때문에 늘 독방에서 지냈는데, 성경을 주로 봤다”면서 “오랫동안 면회를 온 사람이 없었지만 ‘문제수들의 아버지’라 불리던 청송 진보교회 김신웅 장로님이 입소 때부터 조씨의 뒤를 돌봤다”고 귀띔했다.

김 교수는 재소자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유일한 길이 예수 그리스도에 있다고 했다. 그는 “전체 수용자 중 절반 정도가 퇴소 후 다시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로 돌아온 경우”라면서 “그래서 교정공무원 사이에선 ‘교도소 안에 선량한 재소자는 많아도 선량한 시민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30년 교정공무원 활동 경험상 이들을 선량한 시민으로 교화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프로그램이나 상담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이었다”면서 “한국교회가 교도소 선교에 힘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안식 교수가 지난해 학생들과 천안교도소를 방문한 모습.

전국 41개 교도소에는 각 500~3000명이 수용돼 있다. 수용자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와 형이 확정된 수형자로 나뉜다. 사형수는 빨간색, 마약사범은 파란색, 조폭이나 사회 물의 사범들은 노란색 명찰을 사용하며, 일반 수용자는 흰색 명찰에 수번(囚番)이 새겨져 있다.

여성 재소자는 총 3000여명으로, 여성만 수용한 곳은 청주여자교도소밖에 없다. 여성은 각 교도소에서 별도의 공간에서 격리돼 있어 여직원만 출입할 수 있다. 교정직은 4교대가 기본이기 때문에 이들을 돌보기 위해 교도소별로 최소 200명 이상의 교도관이 근무한다. 3000여명이 수용된 서울구치소는 750여명이 근무한다.

김 교수는 이렇게 규모가 큰 공공 영역 복음화를 위해 교도소마다 교목(矯牧)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교도소마다 교목이 있어 수형자들의 신앙을 돌본다”면서 “반면 한국은 각 교단, 교회별로 한 달에 한 번씩 교도소에 들어와 사역하다 보니 비슷한 설교 말씀과 사역 패턴을 보여 효율성이 떨어진다. 교목만 있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샘휴스턴대에서 교정학 석사를, 경기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가 고위 교정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마 20:26)는 말씀을 붙들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교도소 안에는 도주 문제가 가장 크고 소란, 중대한 폭행, 자살, 화재라는 5대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약 5대 사건이 발생하면 교도소장은 곧바로 직위 해제된다. 그래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안양교도소장 시절 무기징역 수용자에게 선물로 받은 필사성경.

그는 “어느 교도소든지 부임하면 가까운 교회를 정하고 새벽기도회에 나가 그날의 어려운 문제를 놓고 간절히 기도했다”면서 “그때마다 주님께선 지혜를 주셨고 큰 문제 없이 교도소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김 교수는 신앙심 깊은 청년들이 교도소 복음화를 위해 교정직에 진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백석대 교정보안학과는 교도소에서 요구하는 전문 소양을 갖춘 교도관, 기독교 신앙을 갖고 교정 선교에 힘쓰는 교도관 배출을 목표로 한다”면서 “교도소 복음화에 관심이 있다면 교정보안학과에 도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교정보안학과에는 교도소장 출신 교수 2명과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는 목회자 1명이 교수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법무부 징계위원이기도 하다.

천안=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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