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인 줄 알았는데…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

국민일보

순정만화인 줄 알았는데…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뜻밖 돌풍… ‘모든 이들이 주인공’ 메시지 1020 공감

입력 2019-11-06 04:04
순정만화를 비튼 독특한 스토리로 위로를 전하며 1020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MBC). MBC 제공

뻔한 순정만화를 화면에 옮기기만 한 뻔뻔한 드라마였다면 이런 흥행은 어려웠을 테다. 1020세대의 열광적 응원을 받는 이 드라마는 지난달 2일 처음 방송된 ‘어쩌다 발견한 하루’(MBC). 무류 작가의 웹툰 ‘어쩌다 발견한 7월’을 각색한 극인데, 화제성이 대단하다. 그저 그런 학원물로 치부하기엔 볼수록 진하게 배어 나오는, 청춘을 향한 묵직한 ‘위로’ 덕분이다.

극은 만화 속 세상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극중극 형식인데, 자신이 ‘비밀’이라는 순정만화의 엑스트라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아’를 가지게 된 고등학생 은단오(김혜윤)가 주인공이다. 3~4%(닐슨코리아)대 시청률이지만, TV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지난달 4주차 집계에서 ‘동백꽃 필 무렵’(KBS2)을 누르고 2주 연속 정상에 올랐다. 중국 최대 SNS 웨이보 등 해외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는데, 대만에서는 방영권 계약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무엇일까. 김혜윤 로운 이재욱 이나은 정건주 김영대 등 청춘스타들의 활약과 달콤한 로맨스의 공이 크겠지만, 색다른 스토리텔링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취업준비생 김효숙(25)씨는 “한동안 보이지 않던 젊은 배우들 중심의 드라마라는 점도 좋지만, 엑스트라에 불과했던 등장인물이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바꾸는 서사가 큰 위로가 된다”고 시청 소감을 전했다.

컷 사이의 여백이 있는 만화 문법에서 모티브를 따온 극은 ‘비밀’ 작가가 그린 스토리인 스테이지(무대)와 단오 하루(로운) 백경(이재욱) 등 자아를 지닌 이들이 활동하는 여백의 공간 ‘섀도’(그림자)로 나뉜다. 단오는 작가가 부여한 설정값인 심장병이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하루와 운명을 바꾸려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조금씩 이야기를 바꾸는 데 성공한다.

드라마는 결국 그림자(섀도)처럼 살던 아이들이 저마다의 삶을 환한 조명이 비치는 무대(스테이지) 위로 끌어올리는 이야기인 셈이다. 단오와 하루는 모두가 주인공처럼 빛날 수 있다는 점을 환기한다. 극이 ‘금수저’ ‘흙수저’ 등 현실의 잔혹한 설정값과 입시·취업난에 좌절한 청춘들을 위로하는 지점도 이 부분이다. 실제 이런 메시지에 공감한 팬들은 “여러분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세요”라는 멘트와 조연 배우들의 얼굴을 두루 담은 현수막을 커피차와 함께 촬영장에 보내기도 했다.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조연 남궁단발 역을 맡은 배우 표현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팬들의 응원 현수막. “여러분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세요”라는 멘트가 적혀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순정만화의 클리셰를 비꼬는 부분도 눈여겨볼 법하다. ‘비밀’의 원래 주인공은 부잣집 도련님 오남주(김영대)와 가난하지만 씩씩한 여주다(이나은). 주다가 남주를 만나 성장해나간다는 전형적인 신데렐라형 스토리인데, 극중극 형태가 거리를 벌려 비판적으로 보게 한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캔디형 인물을 주체적인 단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학생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극은 절반을 넘어섰다. 여러 비상한 면에도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다. 스테이지 안팎의 이야기와 여러 갈래의 로맨스까지 60분 안에 담으려니 버거워 보이는 지점이 적지 않다. 중언부언한 설명과 순정만화 톤도 호불호가 나뉜다. 그럼에도 청춘들의 공감만 꼭 쥐고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면 웹툰 리메이크작으로는 드문 성공작이 될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김상협 PD는 “뒷부분을 새롭게 꾸몄다. 웹툰과는 다른 재미를 드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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