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실검 조작·악성 댓글, 네이버·카카오 직접 칼 뺐다

국민일보

골칫덩이 실검 조작·악성 댓글, 네이버·카카오 직접 칼 뺐다

고심하던 양대 포털, 서비스 개편 돌입

입력 2019-11-09 04:02
개편된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 화면. 네이버는 지난달 28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제 모바일 급상승 검색어 차트를 열면 내 연령대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급상승 검색어가 먼저 보이게 된다”고 밝혔다. 네이버 제공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조작’ ‘악성댓글’ 논란으로 고심하던 국내 포털 양대 산맥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이 서비스 개편에 나섰다. 단순 뉴스 플랫폼이 아닌 여론 형성의 장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부담과 최근 사망한 배우 설리가 악플에 시달렸다는 점 등이 이들 포털의 변화를 압박했다.

포털의 서비스 중에서도 ‘실검’은 여론을 가장 신속하고 명확하게 드러내는 지표로 기능해 왔다. 첫 페이지에 등장함으로써 ‘신문 1면’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해 온 실검은 특정 시간 동안 검색어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평소에 검색이 많이 되는 ‘날씨’ 등의 키워드는 실검 순위에 오를 수 없다. 관심을 갖지 못하던 검색어일수록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되는 메커니즘이다. 실검에 대해 높아진 관심만큼 악용 사례가 늘었고, ‘조작 논란’도 끊임없이 일었다.

실검이 가장 크게 부각된 때는 조국 사태 때였다. 조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직후 포털에서는 그야말로 ‘실검 전쟁’이 붙었다. 당시 네이버 실검 1위는 연령대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20대와 50대 이상에서는 ‘문재인탄핵’이, 30대와 40대에선 ‘문재인지지’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검색어 ‘문재인탄핵’은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한다는 여론을, ‘문재인지지’는 조 장관 임명을 찬성하는 다른 한쪽의 여론을 실시간으로 반영했다.

동시간대에 검색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네티즌들 간 약속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치 현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 성향으로 갈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실검 올리기’ 약속이 이뤄진다. 특정 시간을 정해놓고 검색창에 키워드를 반복 입력시켜 순위에 오르게 했다. 이 같은 행태가 반복되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특정 세력 이용자의 실검 밀어올리기 행태를 방치했다는 지적이었다.

극단적인 사태를 경험한 양대 포털은 비슷한 시기에 실검 서비스 개편에 돌입했다. 양사의 개선 방향은 차이가 있지만 ‘부작용 최소화’라는 공통 목표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다만 네이버는 실검을 버리지 않되 세부 내용을 다듬었고, 카카오는 실검 자체 폐지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는 지난 1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마다 자신의 관심에 따라 급상승 검색어 구성을 달리해서 볼 수 있도록 개선한다”고 밝혔다. 관심사에 맞는 실검을 볼 수 있도록 개편함으로써 조작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4월에도 모바일 웹 첫 화면에서 뉴스와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빼는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여기에 시사, 엔터, 스포츠 등 사용자가 관심을 갖는 분야의 가중치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도 도입하기로 했다. 다양한 옵션 선택을 통해 ‘나만의 급상승 차트’를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연령대별로 많이 찾은 검색어 차트가 먼저 보이게 했다. 20대 사용자와 40대 사용자의 실검 첫 화면이 달라지는 것이다. 전체 이용자에게 동일한 실검 키워드를 보여주던 기존 정책을 바꾸고, AI 기술을 활용해 다른 검색어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최근 네이버 실검 목록은 업체의 이벤트나 할인 정보 등 상업적 키워드가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네이버는 이런 키워드들을 조정하는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다음은 검색어 순위에 상업성·광고성 문구가 오르는 것을 사전 차단하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이벤트 할인 정보가 생활정보가 될 수 있는 만큼 관심이 많은 사용자는 더 많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검의 여론 영향력과 조작 가능성을 대폭 줄이는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연령대별로 검색어 집계가 분산될 경우 검색어도 다변화될 뿐만 아니라 실검 조작 시도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의 이번 대처가 카카오가 실검 논란이 불거진 뒤 실검 서비스 폐지까지 언급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개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여전히 네이버에서 전체 실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네이버보다 더 적극적으로 실검 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포털 수익 감소가 예상됨에도 실검 폐지까지 언급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달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실시간 서비스에 대해 폐지를 포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댓글의 혐오·인격모독성 표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실시간 이슈 검색어와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 등도 인격권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우선 카카오는 지난달 31일을 기점으로 PC와 모바일 다음 웹 사이트의 연예 기사에 붙는 댓글 기능을 잠정 폐지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다음 홈페이지 연예뉴스 섹션 내 공지를 통해 “(댓글이) 건강한 소통과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존재해 왔다. 이를 개선하고자 오랜 시간 다양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 왔고, 그 첫 시작으로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 잠정 폐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연예 뉴스에 댓글란이 사라짐에 따라 누리꾼들은 댓글을 달 수 없다. 기존 댓글이 있던 자리에는 ‘연예 뉴스 댓글 폐지 안내’라는 공지가 빈 공간을 대신 채웠다.

사진=게티이미지

다음에서 인물을 검색할 때 함께 나타나는 관련 검색어도 올해 안에 사라진다. 관련 검색어 또한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검색 편의를 높인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여 대표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도 재난 등 중요한 사건을 빠르게 공유하고 다른 이용자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하려는 본래 목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개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털의 자정 움직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잦은 논란에 대한 억울함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한 포털 관계자는 “인터넷 공간의 본질은 개방성과 다양성이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 서비스의 취지 자체가 평소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검색어도 관심을 받게 하자는 것”이라며 “기업의 이미지가 중요한 포털이 자발적으로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지나친 부담을 안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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