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통일은 사람의 힘을 초월한 영적 사건이었다

국민일보

독일통일은 사람의 힘을 초월한 영적 사건이었다

독일 통일, 자유와 화합의 기적/베른트 외팅하우스 외 지음/김성원 옮김/기록문화연구소·국민북스

입력 2019-11-08 00:06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30년 전까지 독일을 동서로 분단시켰던 베를린 장벽은 이제 유명 관광지가 됐다. 2017년 7월 관광객들이 베를린 장벽에 그려진 유명 벽화 ‘형제의 키스’를 구경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30년 전인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다. 이듬해 독일이 통일됐다. 내년이면 동서독이 통일된 지 공식적으로 30년을 맞는다. 독일 통일 과정은 많이 알려져 있다. 남북한 상황과 대비해 서독정부와 서독교회의 적극적 활동이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동독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른다.


이 책은 독일 통일 과정의 디테일에 집중한다. 장벽이 무너지기 38일 전인 89년 10월 3일부터 11월 9일까지 동독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저자는 80명이 넘는다. 요아힘 가우크 전 독일 대통령을 비롯해 한스 디트리히 겐셔 전 외무장관, 크리스티안 퓌러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교회 목사와 국회의원 사업가 은행가 간호사 등 다양한 사람들의 고백을 담고 있다. 이들은 모두 평화 혁명에 직접 참여했거나 목격했다.

이들 증언에 따르면 당시 동독 교회는 서독과 교류하면서 깨어 있었다. 교류는 불씨를 만들어 성니콜라이교회가 피웠고 불길은 마침내 시민 사회의 목소리까지 담아내는, ‘시민 교회’로 확장됐다. 통제된 사회주의 체제에서 성역으로 남아있던 동독의 교회가 시민단체와 언론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것이다.

당시 베를린 장벽 붕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폴란드와 헝가리의 민주화, 구 소련의 개혁·개방이라는 거대한 역사 물결이 지나고 있었지만 장벽의 갑작스런 붕괴는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일까. 이들 동독인의 결론은 하나였다. 베를린 장벽은 저절로 무너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 하나님이 개입한 영적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런 고백은 교착 상태에 빠진 현 한반도 상황에서 신자로 하여금 희망을 품게 하는 근거가 된다. 민족의 하나 됨은 인간의 노력을 넘어서는 신적 영역이다.

책은 날짜 순서로 편집됐으며 ‘역사 각성 고백 배경’이라는 4가지 형식으로 그날을 기록하고 있다. 붕괴 당일, 동베를린의 청년 담당 볼프람 휠세만 목사는 시편(25:15)을 인용하며 이렇게 썼다. “자유는 진정 하나님의 선물이다.”(328쪽)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