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사일 쏴 대면서 연합훈련 말라는 北의 이율배반

국민일보

[사설] 미사일 쏴 대면서 연합훈련 말라는 北의 이율배반

입력 2019-11-08 04:03
북한이 이달이나 다음 달 실시되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트집잡고 나섰다. 북한은 6일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 명의 담화문을 통해 ‘연합훈련 재개는 (북한에 대한) 대결선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인내심이 한계점을 가까이하고 있다. 결코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이미 취한 중대조치들을 재고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이미 취한 중대조치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일부 및 동창리 로켓 발사장 폐쇄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를 재고하겠다는 건 상황에 따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으름장이다.

한·미 양국은 매년 12월 연례적으로 실시해오던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지난해 하지 않았다. 북·미 비핵화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북·미, 남북관계에 냉기류가 흐르면서 지난해처럼 훈련을 취소할 명분과 필요성이 약해진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연합훈련 재개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있다.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가능성 때문이다. 북한이 신형 ICBM, 화성 15형을 시험발사한 직후인 2017년 12월 실시된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엔 F-22 랩터와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이 대거 투입됐었다. 현존하는 최강의 전투기 F-22와 F-35는 북한이 두려워하는 전략자산이다. 하지만 올해 실시되는 훈련엔 비질런트 에이스란 명칭을 쓰지 않는다. 규모도 축소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배려다.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외교관들이 북한과의 열린 대화를 나누기 위해 필요한 공간은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점이 대화에 있다는 걸 외면해선 안 된다. 정작 자신들은 연신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아대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트집잡는 건 이율배반이다. 대화 테이블을 걷어찬 건 북한이다. 북한은 연합훈련 재개를 비난할 처지가 못된다. 오히려 어떻게든 평화의 불씨를 살리려는 한·미 양국의 배려와 노력에 감사해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코앞이다. 연합훈련이 싫으면 대화의 장에 복귀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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