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성적순, 다시 평준화… 거꾸로 가는 교육

국민일보

[사설] 다시 성적순, 다시 평준화… 거꾸로 가는 교육

입력 2019-11-08 04:02
교육만 보면 한국 사회가 20~30년 전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얼마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대입 정시 확대 방침이 굳어졌다.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에 반영하려고 1996년 도입된 수시를 오랜 세월에 걸쳐 전체의 70%까지 늘려왔는데, 취지와 달리 악용된다는 이유로 다시 획일적 성적순의 정시를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가 7일 내놓은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도 이와 다르지 않다. 1992년 1998년 2001년 각각 도입된 외국어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를 2025년부터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키로 했다. 이 학교들은 박정희정부의 고교 평준화 이후 획일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막고, 수월성 교육의 부재를 해소하고, 학생의 선택권과 학교의 자율권을 넓히려고 진보와 보수 정권을 거치며 확대됐다. 세 형태의 학교가 사라지면 30년 전의 완전 평준화 시대로 돌아가게 된다. 전면 폐지를 결정한 이유는 정시 확대 논리와 같았다.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성적순과 평준화로 회귀할 만큼 30년 전의 한국 교육이 그렇게 훌륭했던가.

정시 확대와 외고·국제고·자사고 전면 폐지는 조국 사태의 부산물이다. 자녀를 외고에 보내 수시를 악용한 모습에서 공정의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정책을 급선회했다. 조국 사태 이전의 방침은 수시 위주 입시를 지키는 것이었고 특목고의 선별적 단계적 전환이었는데, 두어 달 만에 기조가 송두리째 바뀌었다. 정책의 조변석개 탓에 학생들은 실험실의 쥐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번 결정은 그런 학생들에게 한국 교육제도가 자주 바뀔 뿐 아니라 순식간에도 바뀐다는 새로운 선례를 보여줬다. “여론조사에서 외고·자사고 폐지 찬성이 50% 넘게 나왔다”며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한 교육부 당국자의 말은 귀를 의심케 했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여론에 편승해 추진할 일인가. 2, 3년 뒤 찬성 여론이 50%를 밑돌면 이를 철회하려 하나. 교육계는 벌써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반고 전환 시점인 2025년이면 정권이 바뀌는 데다 시행령만 개정하면 되는 문제여서 다음 정부가 얼마든지 또 뒤집을 수 있다. 불과 몇 년 뒤를 예측하기 힘든 한국 교육 현장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던져 놓은 셈이 됐다.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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