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교외지역에도 ‘反 트럼프 열풍’… 부동층 돌아섰나

국민일보

대도시·교외지역에도 ‘反 트럼프 열풍’… 부동층 돌아섰나

4개주 ‘미니 선거’ 美 공화당 참패… 대졸 주부들 강한 반감 표심 영향

입력 2019-11-08 04: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한 후 시무룩한 표정으로 전용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4개 주에서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자 이날 루이지애나주로 날아가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지원유세를 한 뒤 돌아왔다. 루이지애나주 주지사 결선투표는 오는 16일 열린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4개 주에서 5일(현지시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했다. 공화당으로선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연방 하원을 빼앗긴 이후 2연패를 당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대도시·교외 지역에서 ‘반(反)트럼프 열풍’이 불었다”면서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 등 경제호황 상황임에도 유권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만을 표시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는 전체 50개 주 중 버니지아·켄터키·뉴저지·미시시피 4곳에서 열린 ‘미니 지방선거’였으나 내년 11월 3일 미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진 선거라 ‘대선 풍향계’로 주목됐다. 공화당은 전통적 강세인 미시시피주에서만 이겼을 뿐 나머지 3개 주에서는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다.

미 언론들은 켄터키 주지사 선거와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날까지 켄터키주를 찾는 등 선거유세에 힘을 쏟았으나 패배를 막지 못했다.

WP는 “대도시·교외 지역에서 민주당 약진이 공화당에 깊은 시름을 안길 것”이라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도시 지역에서, 공화당은 농촌 지역에서 각각 우세를 보였다. 그 중간인 교외 지역은 우열을 가늠하기 힘든 중간지대였다.

CNN방송의 2016년 미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교외 지역에서 트럼프 당시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각각 49%의 지지를 얻으며 동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볼 때 교외 지역이 민주당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개표 결과 켄터키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루이빌과 두 번째로 많은 렉싱턴에서 민주당 몰표가 나왔고 인근 교외 지역에서도 민주당은 선방했다. 버지니아주에서도 대도시 주변에서 표가 쏟아지면서 민주당은 25년 만에 주(州) 상·하원을 모두 차지했다.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적은 교외 거주 주부들이다. 특히 대졸 이상 학력의 주부들은 트럼프에게 강한 반감을 갖고 있어 민주당엔 천군만마다. 자녀들을 축구장에 데리고 다녀 ‘사커맘’ 등으로 불리는 주부들은 본인 표뿐만 아니라 부동층 표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WP는 전했다. 주부층을 포함한 ‘반트럼프’ 표심은 그의 거칠고, 충동적인 언행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CNN은 “트럼프는 고정 지지집단은 그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거친 언행 등 성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탄핵 조사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만큼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트럼프 책임론’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결과로 내년 대선을 전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지방선거라 지역 이슈가 표심에 많이 반영됐고 투표율도 낮았다는 것이다.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맷 베빈 주지사의 인기가 바닥이어서 그의 낙선을 트럼프나 공화당의 패배로 돌릴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켄터키 유권자들이 베빈을 거부한 것이지, 공화당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주의회를 탈환한 버지니아주도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후보에게 패배를 안겼던 지역이다. 버지니아주에서 공화당의 패배가 충격적인 뉴스는 아니라는 뜻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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