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꾸벅꾸벅… 아이들이 ‘빨간 함정’에 빠져 있다

국민일보

교회에서 꾸벅꾸벅… 아이들이 ‘빨간 함정’에 빠져 있다

[야동 중독으로 꿈 잃은 다음 세대] <1> 중독의 늪에 빠지다

입력 2019-11-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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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구약성경 창세기는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지으시고 한 몸이 되어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령하셨다고 기록한다. 아가서는 남편과 아내의 육체적 사랑의 향연을 거침없이 노래한다. 성(性) 자체는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선물이다. 하지만 한국교회 현실에서 성은 여전히 금기시되고 꺼려진다. 그러는 사이 신자들과 다음세대는 왜곡되고 파괴적인 성문화에 휩쓸리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음란물은 안방과 손바닥 위까지 밀려들고 있다. 국민일보는 음란물에 노출되거나 중독돼 꿈을 잃어가는 다음세대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1. 다음세대 사역이 활발한 서울 A교회 B목사는 지난해 교회 아이들에게서 큰 충격을 받았다. 주일예배 후 교회 내부를 돌아보다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게 됐다. 초등학교 남자아이 서너 명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야동’(야한 동영상, 포르노)이었다. B목사는 “다른 곳도 아니고 교회 안에서 음란물을 스스럼없이 보고 있는 아이들을 대하면서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며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그래도 순수해야 하는 시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B목사는 아이들을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가서 대화했다. A4용지를 나눠주고 그들의 꿈이 무엇인지 적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C군의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C군은 종이에 여자 이름을 10개 정도 썼다. C군은 “목사님, 우리 반 여자 친구들 이름이에요. 제 꿈은 이 친구들과 같이 자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B목사는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았다. 그제야 평소 아이들과 자주 상담하는 교회학교 담당 부목사에게서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예배 시간에 졸거나 멍한 표정의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거나 음란물을 봐서 그런 거예요.”

최근 스마트폰이 초등학교 저학년에게까지 보편화되면서 아이들이 각종 음란물과 미디어, 광고 등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해외 동영상 플랫폼과 SNS에서 유통되는 음란물들은 별다른 제재 없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된다. 이는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도 음란물 중독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

B목사는 “맞벌이 부모들은 자녀들이 혼자 방에서 휴대전화로 무엇을 보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어린이의 음란물 노출은 한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살예방 캠페인처럼 전국 교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2. 이준수(가명·18)군은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통한다. 성격이 원만해 친구가 많고, 공부도 곧잘 하는 편이라 선생님에게도 신뢰를 받는 편이다. 어느 날 이군이 학교 상담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이군은 입을 뗐다. “선생님, 요즘 공부가 잘 안 돼요. 지나가는 여자들이 전부 그런 여자로 보여요. 그래서 무엇을 하든 집중이 안 돼요.”

이군은 어릴 때부터 음란물에 빠져 있었다. 부모님은 일하느라 집에 없었다. 자연히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야동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봤지만, 점차 강도가 높아졌다. 죄책감이 들며 부끄러웠지만 한번 늪에 빠지자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이군은 하루라도 야동을 보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다. 이군은 “공부하는 것도 힘들고 모든 게 두렵다”며 “지나는 여자들을 보면 자꾸 영상이 생각나 정말 큰일이 생길 것 같다. 무섭다”고 말했다.

이전 세대와 달리 오늘날 어린이·청소년들은 음란물 접촉 나이가 빨라졌고 통로도 다양해졌다. 특히 스마트폰 하나로 음란한 이미지와 영상, 19금 만화(웹툰), 성인 게임 등을 언제든 접할 수 있어 중독에 빠지기 쉽다.

기독교중독연구소 유성필 소장은 “음란물 중독은 몰카 등 성범죄로 발각된 게 아니면 드러나기 어려운 ‘숨겨진 중독’”이라며 “청소년 음란물 중독이 지속되면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진다. 교회와 학교 등이 범사회적으로 성 중독 회복을 위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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