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주민 귀순·추방 과정 석연치 않다

국민일보

[사설] 北 주민 귀순·추방 과정 석연치 않다

명확한 귀순 의사 관건 나포·조사과정 공개를… 군 보고체계 조사해야

입력 2019-11-09 04:01
동해를 통해 귀순을 요청한 북한 주민 2명을 관계 당국이 ‘추방’했다. 정부는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추방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북한 주민이라도 명확한 귀순 의사를 밝혔다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내 사법절차를 밟는 게 맞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이 탄 어선은 북방한계선(NLL)을 여러 차례 넘나들다 추격전 끝에 나포됐다. 명확한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는 정황도 있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들을 추방한 게 법률 위반인지 모호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사안이라면 왜 정부가 지난 2일 발생한 사건을 그동안 쉬쉬하고 비밀리에 북한에 이들을 넘겼는지도 이해되지 않는다. 조사 기간도 단 사흘 밖에 안 됐다.

이번 사건은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받은 문자메시지가 우연히 언론에 포착돼 알려졌다. 그러자 통일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2명의 귀순 사실과 추방 방침을 설명했다. ‘돌발 사태’가 없었다면 이번 사건은 국민들이 모르는 채 그냥 묻혔을 것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북한 주민을 추방한다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는 점 역시 황당하다. 국가정보원, 통일부는 물론 청와대도 알고 있고 있는 사안을 국방부 장관이 모르고 있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여기다 군 보고체계의 문제까지 불거졌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중령이 추방 사실을 청와대의 김 1차장에게 휴대전화로 직보했지만, 국방부 장관은 몰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북한 주민 추방은 석연치 않은 점들 투성이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이번 사건은 16명을 살해한 북한 주민 2명을 우리 해군이 특전요원을 투입해 붙잡았고 이후 북한으로 추방한 것이다. 사건을 꼭꼭 숨겨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관계당국은 국방부 장관도 추방 사실을 모를 정도로 쉬쉬하고,국민에게도 숨겼다. 그리고 단시간에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의도적으로 감추려고 한다, 숨기는 사실이 더 있다는 의혹이 커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관건은 북한 주민 2명의 귀순 의사다. 정부 발표와 달리 이들이 확실한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북으로 추방했다면 이는 헌법 위반이자 주권 포기다. 그뿐만 아니라 유엔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법 위반 소지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

정부는 이들 북한 주민의 나포와 귀순 과정을 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지난 6월 삼척 목선 귀순 때도 정부의 정보 은폐·왜곡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확대된 바 있다. 아울러 JSA 중령의 청와대 직보가 지휘 계통을 깬 군 기강해이 사례인지도 명확히 밝혀내고 사실이라면 문책해야 한다.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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