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밥 피어스] “고아 돌봄은 제게 주신 거룩한 소명”

국민일보

[이 시대의 밥 피어스] “고아 돌봄은 제게 주신 거룩한 소명”

<2> 가방 메이커 ‘토브’ 대표 배우 정주은

입력 2019-11-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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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브(TOVE) 대표인 배우 정주은씨가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한림말길 매장에서 비즈니스 선교로 고아를 섬기는 사역을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성동구 한림말길 토브(TOVE) 매장. 히브리어로 ‘좋은, 선한, 아름다운 일, 완벽한’이란 뜻을 가진 토브는 가방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지난 7일 찾은 9평(29.8㎡) 매장에는 분홍색 은색 노란색 등 다양한 크기의 가죽 가방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토브는 배우 정주은(44)씨가 ‘고아를 돌보라’는 거룩한 소명에 따라 2013년 창업했다. 이곳 매장에서 토브 대표인 정씨를 만났다.

“지난 6년을 되돌아보면 가방을 만들어 택배 포장을 한 기억밖에 없어요. 분주한 삶이었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온 과정이었죠. 돈 벌려고 했으면 시작도 못했을 거예요. 디자인을 배운 경험도 없고 사업도 전혀 모르는 제가 토브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죠. 고아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토브 창업은 정 대표가 계획한 일이 아니었다.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가 하나님께 자녀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 것처럼 2010년 결혼한 그는 임신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드라마 ‘내 딸 꽃님이’(2012) 이후 휴식기에 들어간 것도 아기를 갖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기도 응답은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이 계속됐고 휴식기 중 오히려 점점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다 임신이 안 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염색체에 이상이 있어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아이가 생겨도 건강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지요. 매일 울었습니다. 평소 아이들을 워낙 좋아했기에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더라고요. 시선을 다른 데로 옮기고 싶었어요. 이 상황에 집착해 매몰되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았거든요. 취미 삼아 가방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지요.”

정주은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가방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 강민석 선임기자

인터넷 검색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고 가방을 직접 디자인했다. 가죽 지퍼 안감 등 가방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직접 골라서 구매한 뒤 공장에 가져다줬더니 수제 가방이 나왔다. 샘플로 만든 가방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그때부터 쉴 새 없이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2007년 교회의 DTS 예수제자훈련학교 훈련을 받았는데 하나님께서 고아에 대한 마음을 주셨어요. ‘나중에 사업을 하게되면 수익의 50%를 고아를 돕는 일에 사용해야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그 일이 생각지도 않게 시작된 거죠. 아이들을 위해 섬기며 살아야 하는 제 사명을 깨닫게 됐어요.”

정 대표는 경영·마케팅·인건 비용을 한 푼이라도 줄여 더 많은 아이에게 혜택을 주고 싶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토브는 불경기 속에서도 단골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 꾸준히 팔린다. 정 대표가 수익의 50%를 전 세계 고아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을 알기에 고객들은 가방을 사면서 기부도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사이 간절했던 기도의 응답도 받았다. 2015년 건강한 아들을 출산한 정 대표는 육아를 통해 전 세계 고아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아들 희온이에게 아무리 많은 사랑을 줘도 계속 엄마를 찾아요. 고아들은 부모의 빈자리가 얼마나 클까 생각하게 됩니다. 한 아이의 손이라도 더 잡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하나님께서 그런 마음을 계속 부어주세요. 그래서 아들에게 좋은 옷을 사주고 싶다가도 꾹 참고 물려 입게 하거나 저렴한 옷을 입히게 되더라고요. 저를 위해 쓰는 돈도 아끼게 됐어요.”

가방 사업이 잘되는 것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대박 났다”며 부러워하고 고아들을 섬기는 모습을 보며 영적 도전을 받는다. 불경기에 수익을 내 고아들을 후원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워킹맘으로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제 모습을 비유하자면 햇볕이 따가운 바닷가에서 타이어 10개를 들고간다고 할까요. 계속 가방 생각을 하니 뇌가 쉬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6년간 쉬는 여행은 단 한 번도 없었죠. 퇴근 후와 주말엔 아이와 힘껏 놀아주고요. 사업은 마냥 재미있을 수 없어요. 연기는 힘들어도 재밌는데 그 부분은 약간 다르더라고요(웃음).”

정주은 토브 대표가 지난 7월 우간다의 월드비전 카총가 사업장을 찾아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토브 제공

그러다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는 아이들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다시 마음을 잡게 된다고 했다. 정 대표는 2017년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아프리카 아동들을 후원하고 있다. 그가 기부한 1억5000만원으로 에스와티니(스와질란드)에 에이즈 고아와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아동돌봄센터’를 한 곳 설립했다. 현재 공사 중인 두 곳의 센터는 내년 5월 완공된다.

“하나님은 고아를 참 많이 사랑하신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이 계속 이뤄지도록 많은 기도 부탁드려요.”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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