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제가 삯꾼이었습니다”… 부실한 설교준비 회개

국민일보

“주여 제가 삯꾼이었습니다”… 부실한 설교준비 회개

안호성 목사의 사자처럼 담대하라 <12>

입력 2019-11-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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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성 울산온양순복음교회 목사(왼쪽)가 2014년 12월 서울 극동방송 직원 채플을 인도하고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과 함께했다.

개척하고 출석 성도가 한두 명씩 늘어가던 2005년 어느 날 새벽이었다. 새벽기도회에 참석한 성도가 고작 한두 명이었다. 새벽 설교를 하려는데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대충 강대상에 서서 하루를 때우듯 설교하려는 내 모습이 보인 것이다.

당시 앉아있는 성도가 한둘밖에 안 됐다. 그마저 내 설교가 준비된 설교인지도 몰랐다. 내용도 모르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부실한 설교준비를 했다.

‘내가 만약 1만명을 담임하는 교회 목사였다면 어땠을까. 이 정도 설교 준비로 과연 강대상에 설 수나 있었을까.’ 하나님께 너무 죄송했다. 내가 가짜 설교자라는 사실이 보였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분명 설교는 성도에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설교자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제사장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상황과 대상에 맞춰 대충 눈치 보면서 윤리수업을 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이 지금 이곳에서 가장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인지 갈망하며 가감 없이 대언하는 게 설교자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당연하고 단순한 진리를 망각했다. 사람 몇 명 없다고, 듣는 사람이 수준이 낮다고 편하게 생각했다. 설교를 한 번 때우려 했던 자신이 너무 실망스러웠고 수치스러웠다.

“주여, 제가 삯꾼이었습니다. 엉엉.”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에 통곡했다. 도저히 설교할 수 없었다. 그러자 꾸벅꾸벅 졸고 있던 할머니 집사님이 화들짝 놀라 깼다. 그분에게 다가가서 무릎을 꿇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집사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더 이상 설교를 할 수 없습니다. 오늘 말씀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어요. 죄송합니다. 내일부터는 진짜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서겠습니다. 흐흐흑.”

그날부터 설교 준비에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먼저 말씀 앞에 하나님께 은혜를 받으려고 애를 썼다. ‘그래, 내가 먼저 받고 누린 은혜를 나누는 것이 설교다. 교만하게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지 말자. 사람의 많고 적음은 따지지 말자. 어떤 상황과 공간에서든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을 받아 그대로 전하자. 성도 눈치 보지 말자. 진실한 설교자가 먼저 되자. 정말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 말씀을 준비하자.’

준비한 설교가 내게 먼저 은혜가 되지 않고 눈물이 나지 않으면 토요일 밤이라도 원고를 찢었다. 가슴이 뛰지 않는 설교라면 주일 새벽이라도 다시 준비했다. 아무리 적은 인원이 모였어도 최선을 다해 말씀을 준비했다. 그리고 토요일 밤 아무도 없는 성전에 나와 설교 리허설을 했다. 내일 예배당에 앉아 은혜를 받을 성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긴장감에,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에 밥을 굶고 강대상에 섰다. 주일 예배가 끝나고 밤에 집에 들어가서 첫 끼니를 먹을 정도로 두려운 마음으로 말씀을 전했다. 그렇게 철저하게 설교를 준비하니 꿈에도 설교하는 장면이 나왔다.

2012년 4월부터 외부 설교를 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7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이어지는 집회 중에 한 번도 배가 부른 상태로 강대상에 오른 적이 없다. 아무리 작고 몇 명 없는 시골 미자립 교회일지라도 점심 한 끼만 먹고 저녁 집회를 인도했다. ‘집회 전에는 항상 금식하고 강대상에 선다.’ 그것이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성전과 강대상을 존중한다는 나만의 다짐이자 마음가짐이었다.

2014년 12월 서울에서 집회하던 중 시간을 내서 서울 극동방송 채플을 인도했다. 극동방송은 전 직원이 매일 오전 7시 40분 3층 채플실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말씀을 전하고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님과 지하 카페에서 담소를 나눴다. 그때 김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안호성 목사는 설교할 때 하나님을 제대로 믿는 게 느껴져서 좋아.”

눈물이 났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적 지도자께서 어린 목회자에게 칭찬의 말씀을 해주신 것이다. 그때 다짐했다. ‘목사로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믿고 그분 앞에 서 있음을 한순간도 잊지 말자. 코람데오의 자세로 두려움과 겸손함의 자세로 오직 말씀만 전하자. 성도 눈치 절대 보지 말자.’ 이것이 평생 붙들게 된 목회와 설교의 중심추가 됐다.

안호성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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