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김온유] “자가호흡도 못하는데 행복하냐구요?… 네!”

국민일보

[저자와의 만남-김온유] “자가호흡도 못하는데 행복하냐구요?… 네!”

의료사고로 16년째 입원 중인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저자 김온유

입력 2019-11-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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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에세이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를 낸 김온유씨와 아버지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종합병원 병실에서 함께한 모습. 아버지가 딸의 목에 연결된 수동식 인공호흡기, 앰부로 숨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호흡, 살기 위해 자동으로 몸이 수행하는 이 평범한 행위가 누군가에겐 기적이다. 11년째 자가 호흡 대신 수동식 인공호흡기(앰부)로 24시간 숨 쉬는 김온유(31)씨가 그렇다.

김씨는 2008년 ‘갈비뼈가 사라진 소녀’란 기사로 세상에 알려졌다. 2002년 흉막에 혹이 보인다는 의료진의 오진 이후 수차례 수술을 받다 갈비뼈가 소실되고 척추와 흉곽이 무너져 내린 그의 사연이 이때 소개됐다. 수술 후유증으로 스스로 숨 쉴 수 없고, 호흡 기계조차 감당치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그가 숨 쉴 유일한 방법은 앰부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지금껏 김씨의 호흡을 책임져온 앰부 봉사 캠페인 ‘릴레이 온유’는 이렇게 탄생했다.


2001년 감기를 치료하러 병원을 찾았다가 수술 후유증으로 2003년부터 지금껏 장기 입원을 하게 된 ‘그때 그 소녀’는 이제 어엿한 숙녀가 됐다. 최근엔 신앙 여정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생명의말씀사)를 펴내 작가란 직함도 얻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종합병원 병실에서 그를 만났다.

올해로 16년째, 긴 입원 기간 탓에 지친 모습을 예상했지만 정반대였다. 김씨와 그의 부모, 앰부 봉사자의 표정은 밝았다. 이날 봉사자와 교대로 앰부를 잡던 아버지 김준영(61)씨는 “10여년 만에 딸의 책 출간이란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기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미소를 보였다.

책에도 감사와 기쁨, 희망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상상 이상의 고통으로 중환자실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수차례 맞은 일, 대소변을 가누기 힘들었을 때 느낀 모멸감을 언급하면서도 그는 감사와 희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자가 호흡을 잃고, 시한부 선고를 받아 기약 없이 입원 생활이 길어질 때도 기쁨을 잃지 않았다. 분노나 원망, 좌절을 느껴도 모자랄 법한데, 어떻게 사소한 것에도 기뻐할 수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겐 이렇게 답한다.

“말할 수 없이 힘겨운 상황에서도 기쁨을 누리게 하는 하나님 섭리가 정말 놀라워요. 그분의 사랑은 제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감당하게 했어요. 의료 사고는 말 그대로 사고일 뿐이에요. 누구도 일부러 절 이렇게 하고 싶진 않았을 겁니다.”

병원에서 힘겨웠던 순간들을 신앙으로 극복한 그이지만 간증을 책으로 내는 일은 주저됐다. 더는 외부에 개인적 이야기를 하기 싫은 데다 간증할만한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다. 몸이 기적적으로 회복되거나 역경으로 특출난 믿음을 얻는 등 흔히 기대하는 ‘해피 엔딩’도 없다. 그러다 4년 전쯤 ‘교회를 다니지만 믿음의 확신이 없다’는 몇몇 봉사자의 말에 자신의 간증으로 하나님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경험한 일을 기록해 보자는 아버지 제안도 그를 움직였다. 책은 그가 이때부터 ‘하나님이 나를 통해 주변에 전하고자 하는 말을 쓰자’는 생각으로 기도하며 담담히 써내려온 결과물이다.

그래서인지 김씨는 고난보다 그간 하나님이 베푼 은총의 기록을 더 많이 남겼다. 책에는 가족도 제대로 못 만나는 중환자실의 소녀를 위해 울며 기도해준 자원봉사자, 시한부 환자에게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병원 컴퓨터에 몰래 영화를 틀어준 의료진이 등장한다. 매일 10~13명이 동원된, 11년간 5만여명에 달하는 앰부 봉사자의 이야기도 여럿 나온다. 교회 청년부에 ‘릴레이 온유’를 제안하고 하루 4교대 봉사 일정을 짠 교우, 5년째 매주 수요일 맛난 음식을 함께 먹는 ‘수팸’ 바리스타, 그의 사연으로 연극을 써 후원금을 모금한 중학교 동창…. 책에는 없지만 앰부 봉사를 위해 휴가를 반납한 군인, 자주 병실을 찾았을 뿐 아니라 매일 가정예배에서 울며 기도해준 배우 김유미 등 수많은 봉사자가 있기에 오늘의 그가 존재할 수 있었다. 김씨는 이들을 모두 ‘천사’라 불렀다.

그의 바람은 이 책으로 ‘낙심할 만한 상황에도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 하나님’을 전하는 것이다. 병원 측과 책임 소재를 정리해 언제 병원을 떠날지 모르는 ‘불안정한 동거 관계’를 마무리하길 기도하고 있다. 건강이 호전되면 해외 선교지로 떠나고 싶다는 꿈도 있다.

“저는 평범하게 주님이 허락한 삶을 살아왔을 뿐인데, 이런 저로 자신을 드러내는 그분께 감사할 뿐입니다. 제 솔직한 고백이 기독교인의 ‘영적 건망증’을 깨고, 동시에 아직 하나님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이 그분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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