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장민] 너무 이른 1% 성장률 시대

국민일보

[경제시평-장민] 너무 이른 1% 성장률 시대

입력 2019-11-19 04:02

올해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면서 2%대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간 적은 오일쇼크와 아시아 외환위기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1980년과 1998년,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0%대 성장률을 나타낸 2009년 세 번 뿐이었다. 예상대로라면 올해는 과거 위기 때와 비견될 큰 사건 없이 성장률이 낮았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물론 올해 경제가 이처럼 초라한 성적을 낸 원인을 들라면 과거와 같은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크게 확대된 대외 불확실성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수출의존형인 한국 경제의 특성상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교역 의 위축 영향을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제의 기초체력 약화, 경제 주체들의 심리 위축 등 국내 요인도 가세했다.

그렇다면 내년 경제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내년에도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올 한 해 세계 경제를 위축시켰던 불확실성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이미 교역 문제에서 나아가 체제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어 향후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두 경제 대국의 갈등이 지속하면 원자재와 부품 공급, 생산과 판매망 등이 국경을 넘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글로벌 밸류체인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글로벌 밸류체인에 밀접히 연계돼 있는 우리 경제는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교역 갈등의 당사자인 중국과 미국이 우리 경제의 최대 수출국인 데다 국가안보 이슈와도 직결돼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브렉시트,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성장잠재력 약화, 사회적 갈등 확대 등 우리 내부 요인도 우려된다.

다만 성장률 측면에서만 본다면 올해보다는 다소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올해 3.0%보다 높은 3.4%로 예상하면서 올해 1.1%로 크게 위축됐던 세계 교역 증가율이 내년에는 3.2%로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교역 흐름에 많은 영향을 받는 한국 경제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수출 회복은 생산과 투자,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과 맞물린 일자리 예산 및 공공서비스 확대,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도 민간소비 여력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일부의 예상대로 반도체 경기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선다면 투자가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오른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두 해 연속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이 이어지면 설비나 노동력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해 가계나 기업이 체감할 정도로 경제에 활력이 돌기는 어렵다. 대내외 악재로 인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경우는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한두 해에 그치지 않고 이어진다면 성장잠재력이 훼손되고 이는 다시 성장률을 낮추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경험에서 보듯 한번 저성장 궤도에 들어서면 헤쳐나오기 쉽지 않다. 더구나 우리 경제의 체력은 일본처럼 오랫동안 버텨낼 수 있을 만큼 튼튼하지 못하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활용해 경기 부진에 적극 대응해나가야 한다. 재정은 일시적으로 성장률을 올리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부문에 더 투입돼야 한다. 미래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진 정부라면 정치적, 사회적 타협이 필요한 과제에 대해서는 합의점 도출을 위해 궂은 일을 하는 데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올해가 사상 최초로 1%대 성장을 기록한 해가 될지언정 1%대 성장 시대를 연 해로 기억되는 것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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