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혜련 (6) 전화기 너머 딸 윤아 “엄마 아니라 그냥 연예인 같아”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조혜련 (6) 전화기 너머 딸 윤아 “엄마 아니라 그냥 연예인 같아”

사랑 목말라하는 가족 생각에 마음 아파

입력 2019-11-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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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 집사가 2005년 7월 딸 김윤아(왼쪽), 아들 우주와 함께 놀러 간 수영장에서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7년 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바쁘게 활동했다. 주위에선 나이도 많고 가정도 있고 한국 일도 바쁜데 굳이 일본까지 가야 하냐며 말렸다. 불도저 같은 나를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내 인생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 있었다.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밑 빠진 독’ 같은 것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삶은 매우 달랐다. 한국에서는 베테랑 스타였지만 일본에서는 혼자 무거운 짐을 들고 대중교통을 두세 번 갈아타며 이동해야 했다. 일본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출연했다가도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해 울면서 매니저와 반성의 시간을 반복했다.

두 평 넓이의 방으로 혼자 돌아오면 외로움이 몰려왔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거지?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왔다. ‘산데쟈폰’이라는 TBS 시사오락 프로그램에서 출연 섭외가 들어왔다. 매니저가 오랫동안 담당PD에게 부탁해 출연자로 한번 나가게 됐다.

생방송으로 뉴스 시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라 더욱 긴장됐다. ‘윽! 왜 이렇게 말이 빨라. 어쩌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MC가 나에게 물었다. “한국에서는 음주운전을 하면 어떻게 되죠?” 나는 연습한 대본의 내용대로 “한국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음주운전을 하면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어서 “음주운전을 반복해서 걸리면 어떻게 되죠?”라고 물었다. 대본에 없는 질문이었다. 생방송 중에 ‘대답 못 해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 있는 단어와 표현들을 총동원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거지가 되겠죠!”

‘거지가 된다’는 말에 스튜디오는 난리가 났다. 출연자 모두가 당황해하며 “다메(안돼)!” “혜련, 다메이와나이데네(말하지 마)”를 연발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방송에서는 ‘거지’라는 단어는 차별적인 뜻을 담고 있어 방송언어로 부적합했던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몰라서 다시 한번 “고지끼와다메데스까?(거지라고 하면 안 돼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반전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3년 동안 고정 패널로 활동하며 ‘혜련’이라는 이름을 일본에 알렸다. 제법 유명한 프로그램에서도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 활동을 시작하면서 잦은 비행과 무리한 일정으로 인해 내 몸은 점점 지쳐갔다. 가족도 내 사랑에 목말라했다. 어느 날 혼자 일본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여덟 살 된 딸 윤아였다. 힘이 없는 목소리였다.

“엄마 나 너무 열이 나고 아파. 열이 40도래.”

“그래? 그럼 할머니한테 해열제 달라고 해서 먹고 자.”

“아니! 엄마가 찬 수건으로 내 몸 좀 닦아줘. 엄마가 와서 해줘.”

“엄마 지금 일본이야!”

윤아가 갑자기 소리쳤다. “알아! 근데 엄마! 나는 엄마가 필요한데 엄마는 항상 내 옆에 없어. 엄마 일본 활동 그만두면 안 돼? 일본이 나보다 더 중요해? 엄마 제발….” 전화기 너머로 윤아가 큰소리로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너 왜 이렇게 엄마한테 생떼를 써! 엄마도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엄마가 어떻게 지금 가! 그리고 울지마. 울면 더 열나. 엄마 말 들어 윤아야!” 울음을 그칠 줄을 모르던 윤아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엄마가 아니라 그냥 연예인 같아. 으앙.”

나는 전화를 끊었다. 계속 울고 있는 소리를 듣고 있을 여유도 없었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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