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런 교회 다니고 싶겠어요” 뼈아픈 지적에…

국민일보

“누가 그런 교회 다니고 싶겠어요” 뼈아픈 지적에…

안호성 목사의 사자처럼 담대하라 <13>

입력 2019-11-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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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성 목사가 2007년 7월 울산온양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여름성경학교에서 십자가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전도사님 같으면 그런 교회에 다니겠어요?”

2004년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를 시작한 후 들었던 가장 잔인하고 뼈아픈 말이다. 2005년 어느 날 전도를 나갔는데, 울산 시내 한 대형 교회에 출석한다는 집사가 한마디 툭 던졌다.

너무 화가 나서 전도를 접고 교회로 돌아왔다. 분을 삭이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 사실이 더욱 화나게 했다. ‘그래, 내가 개척한 교회가 아니라면 나 같아도 다른 데로 갔을 것이다. 만약 선택권이 있는 성도 입장이었다면? 울산온양순복음교회에 다니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정직하게 말하면 이 교회를 안 다닐 것이 분명했다.

당시 우리교회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는 전도사가 담임하는, 성도 몇 명의 초라한 교회였다. 예배당 외에는 어떤 편의시설도 없었다. 간단히 말해 형편없는 개척교회였다. 잔인하고 슬프지만 내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절망했을까. 아니다. 하나님과 씨름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내가 성도라도 다닐 수 있는, 다니고 싶은 교회를 만들면 되지 않겠나.’ 현실적으로 시설이나 잘 조직된 기관, 담당 교역자는 당장에 바꾸거나 청빙할 수 없었다.

‘주님, 그렇다면 제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대형교회가 줄 수 없는, 작은 개척교회 목회자만이 줄 수 있는 영적 유익은 무엇입니까.’

그때 주께서 두 가지 영감을 주셨다. 첫째는 자녀들에 대한 관심이었고 둘째는 성도 개개인에게 적용되는 생생한 말씀이었다. 이건 마치 어학연수에서 1대 1 수업과 1대 5, 1대 20 수업에서 수업료가 다른 것과 비슷한 원리였다. ‘그래, 당연히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이 적을수록 수업료가 비싸다. 그 사람에게 더 집중해서 가르쳐주고 봐 줄 수 있으므로 실력 향상이 빠르다.’

개척교회는 마치 영적 과외수업과 같다. 그 사람의 상황과 처지, 영성과 그 변화 및 성숙이 적나라하게 눈에 띈다. 몇 안 되는 성도니 마치 개인 과외를 받는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이 한 사람 한 사람 상황과 영성에 따라 적용되도록 구체적 돌봄이 가능했다. 주님이 주신 영감에 자신감마저 생기니 몇 안 되는 성도 앞에서 그대로 선포해 버렸다.

“이렇게 개개인의 영성을 챙기며 말씀 전하고 받을 수 있을 때 잘 누리세요. 마치 과외수업 같은 시간입니다. 나중엔 이런 시간이 오지도 않아요.”

큰 교회는 담당 교역자에게 자녀들을 맡긴다. 따라서 담임 목회자의 관심을 받을 방법이 없다. 나는 아버지의 현장목회를 통해 어깨너머로 담임 목회자가 직접 성도 자녀에 관심을 갖고 기도해주는 게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목격했다.

그날부터 자녀들을 위한 특화된 목회를 시작했다. 주일학교와 청소년부를 직접 지도하며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았다. 주일 학생은 매주 사택에 초대해 재웠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놀아줬다. 새벽엔 줄을 세워 행진하며 기도회에 함께 갔다. 새벽기도회가 끝나면 작은 승용차에 아이들을 가득 태우고 인근 대운산으로 향했다.

“내 하나님은 크고 힘 있고 능 있어 못 할 일 전혀 없네~” 찬양 소리가 산에 울려 퍼졌다. 우상숭배를 하려고 갖다 놓은 촛대와 과일 등 제물이 있으면 단을 쓸어버렸다.

매달 첫날은 종일 자녀들을 위해 금식기도하며 예배당을 지켰다. 그러면 주일학교와 청소년부 아이들이 나를 찾았다. 그리고 성도들은 어린 자녀를 데리고 와 상담하고 안수기도를 받았다. 삶에 어려운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붙들고 펑펑 울며 상담했다. 꿈과 비전을 묻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할 고민을 내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신뢰가 쌓여가며 자녀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모태신앙으로 부모 따라 교회를 왔다 갔다 하던 자녀들이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만났다. 부모 없이 교회 다니는 아이들도 믿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신앙이 성장하니 학교생활이나 가정생활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동네엔 아이들이 잘되는 교회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2009년 주일학교엔 55명, 청소년부에는 30여명이 출석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렇다고 고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호성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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