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양 목사의 사진과 묵상] 인생이란 캔버스에 믿음의 그림을 남기세요

국민일보

[전담양 목사의 사진과 묵상] 인생이란 캔버스에 믿음의 그림을 남기세요

입력 2019-11-2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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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양 목사가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임마누엘기도원 정원에서 찍은 가을 풍경.

오래전 교육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곱슬머리와 얼굴을 덮은 갈색 수염을 가진 ‘밥 로스’라는 화가가 하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데, 혹시 아시나요? 그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어떤 그림을 그릴지 설명합니다. 그리고 어떤 색깔의 물감과 어떤 붓을 사용할 것인지를 설명하고, 친근하고 편안한 음성으로 대화하듯 터치하면 금세 멋진 작품이 완성되었어요. 마치 사진을 찍은 듯, 살아있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분주한 사역으로 힘들고 지칠 때 로스의 그림을 바라보는 것은 봄날 기차를 타고 꽃길을 지나가듯 즐거운 추억이 되었어요. 그렇게 그림 그려지는 것을 바라보던 어느 날 이런 궁금증이 스쳐 지나갔어요. ‘내 인생이라는 캔버스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을까?’

어릴 적에는 워낙 하얀 도화지 같아서 기억이 별로 없지만 처음 스케치를 했던 때가 언제인가 생각해 보면 열두 살 때, 추운 겨울날 입김 난로로 고드름처럼 얼어버린 손을 녹이며 새벽예배를 드렸던 그날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인생을 스케치해야 하는지 몰라 얍복강의 야곱처럼 울고 있을 때 주님의 평강이 제 마음을 어루만지며 말씀하셨어요. “딸아, 내가 너를 무디처럼 쓸 것이란다!”

무디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너무 따스한 음성이라서 그날 이후 마음에 품고 인생 겨울바람 불어올 때마다 추위를 녹이는 위로가 되었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편안하고 행복한 신혼 일기는 솔직히 아니었네요. 모든 친척과 함께 시댁에서 식사할 때였어요. 토실토실 살찐 닭을 잡아 백숙을 끓였어요. 제 마음은 첫눈 내리는 날 폴짝폴짝 뛰는 어린아이처럼 기뻤어요. 그런데 하필 눈치 없는 조카는 왜 그렇게 우는지, 조카를 등에 업고 시댁 가까운 바닷가에서 아이도 울고 나도 서러워 울었어요. 등을 토닥토닥하며 겨우 재워 돌아왔더니 설거짓거리는 산더미에 국물도 한 숟갈 남아있지 않았어요. 겨울이라 수돗물이 몹시 차가웠지만 흐르는 서러움에 차가운 줄도 몰랐어요. 그렇게 9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저를 꼭 닮은 아이들을 네 명이나 주님이 선물로 주셨어요. 인생에 지치고 병들고 감당할 수 없는 문제들을 가진 사람들을 주님께서 보내주셨고, 저는 어린 시절 새벽예배 때 말씀해주시던 주님의 음성, 제 마음에 간직하던 그분의 사랑 편지를 펴서 보여드리고 말씀을 전하고 위로해 드릴 수 있었어요.

물론 주의 일을 하면서 항상 행복했던 건 아닙니다. 믿었던 사람들이 떠나기도 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기도 했어요. 인생 날씨가 하루는 맑다가도,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의 시간 동안 은혜의 빗방울이 하나도 내리지 않는 고독의 날도 있었고요. 서로 싸우고 미워하고 떠나가고, 다시 돌아오고, 함께 울고, 함께 웃고, 함께 걷고, 또 함께 만들어가던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이제 인생의 에필로그를 써야 할 날이 머지않았네요.

요즘엔 거울을 볼 때마다 참 어색해요. 마음은 여전히 열두 살인데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여인이 거울 앞에 서 있어서요. 참을 수 없는 위화감에 사진기를 들고 집 밖으로 나왔어요.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뒤뜰, 서늘한 가을 입김 맞으며 산책하다 눈에 띈 한 폭의 풍경. 그 자리에 서서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한동안 꺼져 있던 마음의 텔레비전이 켜지더니 인상이 푸근하고 양털같이 부드러운 수염을 가진 한 남자가 보이네요.

“안녕! 나의 딸아! 지금부터 그림을 그릴 것이란다. 제목은 ‘반석 위에 가을’이란다. 나는 여러 가지 색깔을 쓸 건데, 먼저 네가 지금까지 눈물로 드렸던 기도, 모두가 떠나가도 너만은 나를 믿어주었던 믿음, 내가 네게 들려주었던 모든 약속으로 그림을 그릴 것이란다. 어때? 보기 좋지?”

눈 깜짝할 새 가을이 있네요. 반석 위에 주님 보혈 머금은 단풍이 꼭 나 같아서 감사하고 감격하고 기뻐서 고개를 숙이고 울었어요. 그랬어요! 주님의 스케치는 정확했고 그 그림을 색칠하기 위한 물감은 내 인생 매일매일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걸요. 당신의 인생이 매일매일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요. 그러나 오늘을 믿음으로 살아내고 이겨내는 날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캔버스에 주님의 작품이 그려질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언젠가 마음의 TV가 켜지는 그날, 당신은 깨달을 거예요. 인생이라는 그림은 다르고, 그렇기에 멋지다는 것을. 당신의 그림을 바라보세요.

“인생을 그리시는 성령님은 오늘이 만드는 독특한 색깔을 기대하고 기다리신다.”

(전담양의 시 ‘걸작품’ 중에서)

<전담양 고양 임마누엘 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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