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으로 꽃피운 ‘이화’ 킬링필드에 사랑 심다

국민일보

복음으로 꽃피운 ‘이화’ 킬링필드에 사랑 심다

이화여대 교수·동문이 세운 ‘아시아교육봉사회’ 20주년

입력 2019-11-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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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길자 아시아교육봉사회(VESA) 회장(오른쪽)이 지난 10월 캄보디아 이화스렁학교에서 진행된 세례식 후 한 학생을 안고 기도하고 있다. VESA 제공

“복음에 빚진 자인 우리가 받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일입니다. 가장 먼저 상처받은 땅 캄보디아로 가 학교를 세웠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하신 건 바로 주님이었습니다. 우린 주님만 따랐을 뿐입니다.”

박성연 전 이화여대 교수의 기도가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 다락방전도협회 예배실에 울렸다. 예배당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두 손을 모은 채 “아멘”이라고 답했다. 아시아교육봉사회(VESA·Volunteers for Educational Services in Asia, 회장 전길자 이화여대 명예교수) 설립 20주년 감사예배 현장에서다.

VESA 회원들이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다락방전도협회 예배실에서 열린 설립 20주년 감사예배에서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예배에서는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의 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VESA가 생긴 이유도 값없이 받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VESA는 1999년 조직된 ‘이화 선교사후원회’가 전신이다. 후원회는 1886년 이화여대를 설립한 메리 스크랜턴(1832∼1909) 선교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교수와 동문이 만들었다.

2004년 사단법인 VESA로 전환한 뒤 2007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50㎞ 떨어진 깜뽕수프주 스렁에 89만9504㎡(약 27만평)의 학교 부지를 구입했다. 2009년 이화스렁유치원 설립을 시작으로 이곳에 초·중·고등학교가 차례로 세워졌다. 학교 옆에 보건진료소도 운영한다.

현지에는 총괄교장인 김유선 선교사와 보건진료소장 이철희 선교사 등 4명의 한국인 선교사가 활동한다. 39명의 현지인 교사도 학생들을 지도한다.

캄보디아 깜뽕수프주 스렁에 있는 이화스렁학교 전경. VESA 제공

이화스렁학교는 59만5041㎡(18만평) 면적의 이화여대보다 넓다. 100년 후를 내다보며 부지를 구입한 것이다. VESA 회원으로 활동하던 이화여대 교수들은 이를 위해 대출까지 받았다.

전길자 회장은 “복음의 씨앗을 심고 이를 키워 준 스크랜턴 선교사에게 받았던 사랑을 캄보디아에 나누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시간이었다”면서 “100년 뒤 이화스렁학교에서 캄보디아를 이끌 기독 지도자들이 배출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넓은 부지를 구입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학교 부지를 마련할 때 교수들이 1억원씩 대출받았을 정도로 어려웠는데 시간이 흘러 희망이 영글어가는 터전이 돼 가는 걸 보니 보람이 크다”면서 “사랑을 담아 심은 한 알의 겨자씨가 큰 나무로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예배에는 롬 디망쉐 주한 캄보디아대사가 참석했다. 디망쉐 대사는 “캄보디아는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교육과 의료 서비스가 상당히 열악하다”면서 “이화스렁학교는 이런 지역에서 우리 아이들을 정성껏 교육하고 치료해 줬다”고 했다. 그는 “캄보디아 국민을 대신해 감사하고 영원히 기억하겠다”면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캄보디아의 교육 인프라는 75~79년 이어진 크메르루주 대학살로 완전히 파괴됐다. 전국적으로 교육시설을 재건해 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공교육에 대한 낮은 신뢰도도 문제다. 공립학교의 경우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하지만 경제력이 있는 학부모들은 학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를 선호한다.


이화스렁학교도 이런 이유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640명 중 89.7%인 1470명이 이화스렁의 교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이화스렁학교 재학생은 415명이다. 2021년 처음으로 고등학교 졸업생을 배출한다. VESA의 새로운 목표도 2년 후에 맞춰져 있다. VESA는 2021년까지 이화스렁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캄보디아의 경제 발전을 이끌 공학도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대학이 설립되면 한 캠퍼스 안에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는 셈이다.

전 회장은 “아직 계획 단계로 예산과 교수진, 교육과정 등 대학 설립에 필요한 모든 걸 준비해야 한다”면서 “꿈과 희망, 하나님이 우리를 이끄신다는 믿음이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했다.

이화스렁학교는 개교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기념식을 열었다. 감사예배에서 배포된 VESA 20년사에는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던 학생과 학부모의 편지가 실렸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이화스렁에 다니는 쏙 완나롱(16)양은 “이화스렁학교에서 인생의 좋은 열매를 맺는 법을 배우고 있다”면서 “타인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겸손하고 교만하지 않은 성품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학부모 대표인 리뚜잇씨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아이를 보냈는데 어른을 공경하는 걸 가장 먼저 배우는 걸 보면서 큰 신뢰를 갖게 됐다”면서 “무엇보다 교사들이 최선을 다해 교육하는 모습이 좋고 큰 꿈을 품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게 기쁘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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