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아니, 지금 당장

국민일보

[오늘의 설교] 아니, 지금 당장

욥기 21장 19~22절

입력 2019-11-22 17:11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검찰의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지난 11일 출범했습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가족들, 그리고 함께하는 시민사회 여러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진실규명을 위해 외쳐온 절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것 자체가 더욱 가슴 무너지는 일이지만 구조지연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 명백한 사례가 사회적 참사 특별위원회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또다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이번에는 참사의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 기대를 안고 욥기의 말씀을 읽었습니다. 까닭을 알지 못한 채 고통을 겪는 욥을 두고 친구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로는커녕 오히려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욥이 항변하고 있습니다.

친구들은 일관되게 하나님의 정의를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정의로우시므로 악한 사람을 벌하시고 선한 사람에게 복을 내리신다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지금 벌을 받는 욥은 악한 삶을 살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욥 역시 하나님의 정의를 의심하지 않지만 인간의 행복과 불행으로 하나님의 정의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악하므로 불행을 겪고, 하나님 앞에서 선하기 때문에 행복을 누리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선한 사람이 불행을 겪고 악한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경우가 더 많지 않으냐고 항변합니다.

욥의 그 항변에 대해 친구들은 말합니다. 악한 사람들이 잘사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벌을 받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당대에 벌을 내리지 않으면 후대에라도 벌을 내린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아버지의 죄를 그 자식들에게 갚으신다” 친구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욥은 무슨 소리냐고 항변합니다. “죄지은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가 죄를 깨닫는다.” 오늘 본문에서 욥은 그렇게 항변합니다. “아니, 지금 당장!”이라고 외칩니다.

욥의 이와 같은 주장은 모든 유예의 논리가 지닐 수 있는 함정을 들추어내며 그 논리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습니다. 바로 지금 당면한 문제를 역사에 맡기는 태도, 또는 미래에 맡기는 태도의 함정을 들추어냅니다.

이 말씀의 뜻은, 진실은 지금 이 순간 투명하게 드러나야 하며 정의 또한 지금 이 순간 온전히 이뤄져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우리를 더욱 극심한 고통의 상황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릅니다. 맥박이 뛰는데도 응급조치를 제때 하지 못한 임경빈 군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모두 그 마음이 더욱 아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보다 우리를 더 괴롭고 고통스럽게 하는 어떤 진실이 드러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진실을 마주하기를 원합니다. 그 진실을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야 다시는 그렇게 잘못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한순간에 스러지고, 게다가 그 생명의 여섯 배에 달하는 또 다른 고귀한 생명이 매년 일터에서 스러져가고, 49년 전의 전태일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26년 전의 해상참사에도 불구하고, 1년 전 김용균 군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그런 사태가 지속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정상이 아닙니다. 그 사회는 끊임없이 그렇게 수많은 생명을 제물로 삼아 버티고 있는 괴물과 사회, 마치 몰록 신과 같은 그런 실체일 뿐입니다. 우리가 진실규명을 바라는 것은 그 사회를, 평범한 모든 사람이 일상의 소소한 삶을 소중히 하면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바꾸기 위함입니다.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그로부터 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정말 더 늦기 전에 진실이 밝혀지기를 우리는 간절히 바랍니다. 그 진실규명 위에 정의가 이뤄지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삶을 누리는 평화가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목사

◇천안살림교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으로 나눔과 배움의 터를 표방하며 2000년 1월 설립됐습니다. 최형묵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장이자 한국민중신학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