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유혹’ 떨치려면… 골방에서 나와 소통하라

국민일보

‘빨간 유혹’ 떨치려면… 골방에서 나와 소통하라

[야동 중독으로 꿈 잃은 다음 세대] <5> ‘야동 끊기’ 프로젝트

입력 2019-11-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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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중독연구소 청소년 교육위원 정혜민 목사가 지난 16일 경기도 안양의 한 카페에서 성경적 성교육을 위한 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정혜민 목사 제공

2년 전 중학생 김모(15)군은 교회에서 진행된 성교육 시간에 열심히 강의를 들었다. 자신의 은밀한 문제를 극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주째 진행된 강의에서 강사가 학생들에게 “한 주간 (음란물을) 잘 끊고 살았나요?” 하고 질문했다. 손을 번쩍 든 김군은 “집에선 한 번도 안 봤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서 친구들이 보길래 옆에서 슬쩍 보긴 했다”고 말하며 머쓱해했다. 강사는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말한 김군을 칭찬하면서 앞으로도 조금씩 노력해보자고 격려했다.

1년 뒤 다시 그 교회를 방문한 강사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다가가 인사하는 김군을 만났다. 김군은 5개월째 음란물을 끊고 있었다. 그는 “하나님이 음란물을 싫어하시고 제 영혼과 관계를 파괴한다는 걸 배운 그날부터 음란물을 보기가 싫어졌다. 바로 끊기는 힘들었지만, 말씀 앞에서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팝콘 브레인’은 첨단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나머지 뇌가 현실에 무감각 또는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다음세대의 음란물 중독 문제가 심각한 것은 성적 영역에서도 이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성경적 관점의 음란물 예방 교육이 중요하며 다음세대가 음란물 폐해를 올바로 이해했을 때 경각심을 갖고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세대와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 김지연 약사는 “미디어의 역기능을 완전히 막을 순 없지만, 평소 부모가 자녀와 포옹 등 건전한 스킨십을 하고 긍정적인 소통을 한다면 자녀의 음란물 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약사는 ‘음란물 끊는 방법’(표 참고)을 제안했다. 그는 “아이들이 일단 음란물을 보는 자리를 피하고 햇볕이 있는 곳으로 나가도록 한다면 음란물을 보고 싶은 욕구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며 “이어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음란물을 보게 하는 악한 영 떠날지어다’라고 선포기도와 회개기도를 하는 것은 10초 정도면 충분하다.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김 약사는 “음란물을 보지 않고 운동 찬양 등 몸을 사용하는 대체 활동도 도움이 된다”며 “음란물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방법대로 한다면 아이들이 음란물을 끊지 않기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독교중독연구소 청소년 교육위원 정혜민 목사는 학교와 교회 등에서 진행하는 ‘야동끊기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먼저 음란물 중독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충분히 공감하며 들어준다. 정 목사는 “‘이런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데 용기가 대단하다. 네 고민은 너만 가진 게 아니야’라고 토닥이며 들어주는 마음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했다.

다음 단계는 아이들이 야동을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마다 믿을 만한 멘토에게 카톡이나 문자, 전화 등으로 연락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정 목사는 “아이들과 밤늦은 시간에 연락하면서 아이들이 중독의 유혹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는 걸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야동이 생각나는 장소 혹은 물건에 빨간색 글씨로 자신만이 각성할 수 있는 문구도 써서 붙이게 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유혹 앞에 넘어졌을 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해줘야 한다.


정 목사는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공동체와 멘토가 곁에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교회학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다음세대 사역의 키워드는 관계이다. 특히 성교육을 잘하려면 다음세대와 신뢰 이상의 관계부터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브정신건강연구소 박홍규 대표는 유튜브에서 ‘토브의 야한수다’를 통해 음란물, 자위, 이성 교제, 스킨십 등 청소년들이 평소 관심을 두는 주제를 가감 없이 설명하며 소통한다. 박 대표는 다음세대가 음란물을 통해 왜곡된 성 지식을 접하는 걸 본 뒤, 기독교 관점에서 올바른 성교육을 하기 위해 이 같은 채널을 개설했다.

박 대표는 음란물 끊는 방법에 대해 “부모 혹은 멘토가 아이들 삶을 분석하면서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할 때 음란물을 보는지 주도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음란물을 보고 싶은 시각에 문자나 카톡 등으로 믿을 만한 사람에게 연락하도록 한다면 중독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고, 상담 선생님이나 친구, 목회자 등과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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