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혜련 (9) 난생처음 선물 받은 성경책, 펼쳐보지도 않아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조혜련 (9) 난생처음 선물 받은 성경책, 펼쳐보지도 않아

자기계발서에 빠져 독서에 열심일 때 김원희 찾아와 꼭 읽으라며 성경 건네

입력 2019-11-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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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 집사가 2008년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축하공연 중 골룸으로 변신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일본 방송 활동을 중단한 뒤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급기야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내 심리상태는 바닥까지 내려갔다.

“언니, 이거 선물이야. 꼭 읽어봐!” ‘시크릿(The Secret)’이라는 책이었다. 내가 걱정됐던 친한 동생은 자기계발서 책이라도 읽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이 책을 선물했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바쁘게 방송하느라 독서를 못 했었던 터라 ‘한번 읽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별 기대하지 않고 읽은 책에서 예상치 못한 재미와 감동을 느꼈다.

이후 나는 서점에 가서 자기계발서 위주의 책들을 닥치는 대로 샀다.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었다. 살고 싶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의지하며 독서에 빠졌다. 독서는 내게 새로운 활력소를 줬다. 우울했던 심리상태도 조금씩 회복돼갔다.

이때 읽었던 책 가운데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가 쓴 ‘의식혁명(Power vs. Force)’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책들보단 수준이 꽤 높은 편이었다. 나는 책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수십 번을 읽었다. ‘의식혁명’에서 호킨스 박사는 20년 동안 ‘근육측정법’으로 수백만 건의 테스트를 거쳤다. 인간의 몸이 생명을 지지하는 것에는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그렇지 않은 것에는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호킨스 박사는 인간의 의식 수준을 1부터 1000까지 정했을 때 부정적인 의식은 수치가 낮고 긍정적인 것은 수치가 높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수치심은 20, 증오는 50, 기쁨은 570, 평화는 600으로 측정된다. 성경은 수치가 무려 880으로 매우 높았다. 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수치를 매길 수 없는 무한대로서 측정이 불가하다고 밝힌 대상도 있었다. 그건 바로 조물주였다. 수십 번 이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서도 매번 나는 ‘성경’과 ‘조물주’라는 단어를 그냥 스쳐 지나갔다. 애써 외면하고 싶었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너무 싫어하는 단어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 이날도 독서를 하고 있었는데 배우 김원희로부터 전화가 왔다. “언니, 내가 언니 집 근처 교회에 다니는데 혹시 시간 되면 잠깐 들를 수 있어?” ‘나를 교회로 끌어들이려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한 생각에 거부감도 들고 귀찮기도 했지만 집에서 가깝다고 하니 하는 수 없이 가겠다고 답했다.

운동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까지 안고 집을 나섰다. 나는 차를 몰고 교회로 향했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입구에서 원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던 표인봉 오빠와 함께 나를 친절하게 반겨줬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원희가 미소를 지으며 무엇인가를 건네줬다.

“언니, 이거 선물이야. 꼭 읽어봐.” 성경책이었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성경책 선물이었다. 아마도 처음 만져보는 성경책이었던 것 같다. “어. 고마워.”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속마음은 별로 고맙지 않았다. 원희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그날 받은 성경책을 펼쳐보지도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책장 구석에 성경책을 던져 놓으며 구시렁댔다.

“아니 읽을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한테 이딴 걸 읽으라고?”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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