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김영훈] 결혼하면 행복할까?

국민일보

[청사초롱-김영훈] 결혼하면 행복할까?

입력 2019-11-27 04:02

결혼식장에 들어서며 불행한 부부생활이나 이혼을 꿈꾸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결혼하는 것이 결혼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더 행복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에 결혼을 선택한다. 그럼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정말 더 행복할까. 결혼생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수많은 심리학 연구들은 전부 하나같이 결혼한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심리학 연구 결과를 무색하게 한다. 러시아 속담에 보면 “싸움터에 나갈 때는 한 번,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 속담에서는 결혼을 “남자들은 자유를, 여자들은 행복을 잃을 각오로 하는 제비뽑기”라고 정의한다. 더 충격적인 속담도 있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하나님이 사랑을 만드니 악마가 결혼을 만들었다”라고 했고, 프랑스의 소설가인 앙리 드 몽테를랑은 “머리가 좋은 남편이란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정말로 머리가 좋은 남자라면 결혼을 안 할 테니까”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결혼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하는 속담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 속담이 예로부터 전해지는 선조들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결혼과 행복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 결혼한 사람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행복하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심리학 연구 결과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결혼한 사람들이 결혼생활의 현실을 더 부정적으로 잘못 지각하는 것일까. 지난 30년간 심리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실험을 진행했고 몇 가지 중요한 결과를 발견했다. 첫 번째 결과는 결혼한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결혼해서 더 행복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결혼한 사람들이 더 행복한 이유는 결혼해서 행복해진 것이 아니고 이미 행복한 사람들이 결혼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결과는 사람들의 결혼 전과 결혼 후의 행복 수준이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결혼 초 허니문 기간에는 결혼 전보다 조금 더 행복한 것이 사실이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바로 결혼 전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간다. 세 번째 결과는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사람과 이혼을 하는 사람은 결혼하기 전부터 행복 수준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혼하는 사람은 결혼을 유지하는 사람보다 결혼 전에 이미 행복 수준이 낮다.

위 세 가지 결과를 종합해 보면 결혼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진다. 그것은 결혼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결혼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행복한 사람은 결혼해도 행복하고, 결혼을 안 해도 행복하다. 거꾸로 말하면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결혼해도 행복하지 않고, 결혼을 안 해도 행복하지 않다. 주위를 둘러보면 위 속담처럼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이 많다. 불평등한 결혼의 제도를 욕하기도 하고 배우자를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불행한 결혼생활의 원인은 처한 환경이나 배우자가 아니고 불행을 느끼는 본인 자신일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결혼에 대한 ‘본인 책임론’은 더욱더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 결혼생활을 하는 당사자가 어떠한 성품을 가졌는지, 그리고 어떠한 태도로 결혼생활에 임하고 배우자를 대하는지에 따라서 결혼은 행복의 열쇠가 될 수도 있고 불행의 덫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 사람은 (본인이 아닌) 배우자를 통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꾼다. 특정한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 때 결혼을 결심하고, 결혼 후에는 결혼의 성패를 주저 없이 배우자에게 돌린다. 하지만 진짜 범인은 배우자가 아니고 본인일 수 있다.

김영훈(연세대 교수·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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