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혜련 (11) “우정을 빌미로 종교를 강요해?”… 이성미와 절교 다짐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조혜련 (11) “우정을 빌미로 종교를 강요해?”… 이성미와 절교 다짐

평소 기독교 싫어하지만 이성미 부탁에 연예인 연합예배에 참석… 느닷없는 내 소개에 당황하며 뛰쳐나가

입력 2019-11-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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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 집사가 2009년 서울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 아름다운 책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온 이성미 언니를 서울 동부이촌동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우리는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 무렵 나는 ‘미래일기’ ‘열렬하다. 내 인생’이라는 책을 발간하고 자기계발 강연자로 바쁘게 활동했다. 그러나 나의 헛헛한 마음은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성미 언니가 갑자기 진지하게 말했다.

“오늘 연예인 연합예배가 있는데 한 번만 가보자.”

“난 안가! 나는 신을 안 믿어. 언니!”

“내가 너를 위해 7년 넘게 기도했으니 한 번은 가줄 수 있잖아.”

“움직이기 귀찮아.”

“횡단보도만 건너면 돼.”

알고 보니 우리가 만난 곳이 온누리교회 앞의 한 식당이었다.

나는 기독교를 믿는 소위 예수쟁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철저히 기독교를 비난했다. 길을 지나가다가 십자가를 보면 “여기가 무슨 무덤이야? 왜 이렇게 벌건 십자가가 많은 거야? 왜 이렇게 이스라엘 종교가 판을 치냐!”면서 놀려댔다.

교회 다니는 친구랑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나님은 공평하다면서 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병으로 죽고 또 아프게 태어나는데?”라며 비난했다.

하나님과 기독교에 대해 반감을 품고 있던 내가 성미 언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회로 끌려갔다. 예배를 본다는 장소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실내는 조금 어두웠고 약간 통통한 사람이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몇몇 연예인들은 일어서서 두 팔을 올리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어색한 표정으로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둘러보니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들도 꽤 많이 있었다. 설교시간, 이날은 이단을 연구하는 전문가가 왔다. 이단으로 구별된 단체를 알려주고 거기에 속해있는 연예인들을 위해 중보기도를 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내가 들어도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 꽤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단 강의가 끝나갈 무렵 마지막 소개 영상이 나왔다. 그런데 중보기도가 필요한 사람이라며 갑자기 내 사진이 뜨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놀랐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이 올 지경이었다.

이때 성미 언니가 무대 앞으로 나가더니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 혜련이가 용기를 내서 여기에 왔습니다.” 너무 당황한 나는 고개를 숙이고 성미 언니를 보며 말했다. “하지마. 하지 말라고!” 언니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했다.

“혜련아 일어나봐.” 앉아있던 다른 연예인들이 “아멘!” “할렐루야!”를 외치며 손뼉을 쳤다. 그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 션도 있었다. 나는 야속한 표정으로 성미 언니를 쳐다봤다. 언니는 내 표정이 안 보이는 듯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천천히 일어섰다. 모두 나를 주시하며 “아멘”을 외쳐댔다. 그리고 충격적인 언니의 한마디가 들렸다. “앞으로 나와봐.”

‘뭐라는 거야? 일어선 것도 창피한데 앞으로 나오라고?’ 나는 앞으로 나가는 척하다가 성미 언니와 사람들을 등지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성미 언니와 나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순수한 우정을 빌미로 종교를 강요할 수 있어? 이건 배신이고 배반이야!’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서 ‘이성미’라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지워버렸다. 이제 다시는 성미 언니에게 연락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성미 언니는 내 인생에서 멀어져 갔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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