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품까지 바꾸는 감사운동 … ‘왕따’ 사라졌어요

국민일보

성품까지 바꾸는 감사운동 … ‘왕따’ 사라졌어요

‘감미사 운동’ 펼치는 충남 서산 꿈의학교

입력 2019-11-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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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희 꿈의학교 교감(맨 왼쪽)과 교사, 학생들이 지난 26일 충남 서산의 학교 입구에 설치된 작품 ‘사과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서산=송지수 인턴기자

“하나님과 더 친해지고, 감사하는 방법과 제 사명을 구체적으로 아는 기회가 됐습니다.”(조윤재·18)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니 불평 거리도 감사로 변했습니다.”(서유리·18)

올해 대학 입시를 치른 조양과 서양에게 매일의 감사 거리를 기록한 감사일기는 학업과 입시에 대한 부담을 이기도록 도운 원동력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며 느낀 막막함과 진로 고민도 덜어낼 수 있었다. 그간 삶에서 경험한 하나님의 인도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됐다. 간호사가 꿈이라는 조양은 “4년여 전부터 써온 감사일기를 다시 읽으며 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대신 ‘이런 감사와 꿈을 하나님이 주셨으니 할 수 있다’란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감사 예찬론을 펼치는 건 이들만이 아니다. 이들이 속한 기독 대안학교인 꿈의학교(이사장 황성주)엔 하루의 감사를 헤아리며 삶이 변한 학생과 교사의 고백이 넘쳤다. 충남 서산 꿈의학교를 26일 찾아 감사가 바꾼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미술실 앞에 있는 ‘환대의 탁자’. 누구나 차를 마시며 감사 편지를 쓸 수 있다. 서산=송지수 인턴기자

이제는 명실공히 교풍으로 자리 잡은 감사 운동은 2002년 학교 설립 당시 시작됐다. 학교 구성원에게 서로 ‘감사해요 미안해요 사랑해요’를 진심으로 표현하자는 취지로 앞글자만 따 ‘감미사’ 운동으로 불렀다. 원래는 교직원의 어린 자녀를 위한 공동체 학교인 ‘좋은씨앗’ 재학생의 성품 교육을 위해 시작했지만 2012년 학교에도 도입됐다. 그해 학생 간 왕따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물리적 폭력은 없었지만, 일부 은근한 따돌림이 문제가 됐다. 재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곳의 특성상 왕따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문제였다.

교사들은 일방적으로 징계를 내리기보다 학교 문화를 개선해 문제를 풀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교과 과정에 감미사 운동을 접목해 학생이 일상에서 감사와 미안, 사랑을 경험한 일을 찾아보게 했다. 매일 이 운동을 하자 감사 거리를 억지로 찾는 데 거부감을 느꼈던 학생도 감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조금씩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교내 분위기도 달라졌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의견을 존중했으며 공동체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왕따를 조장했던 학생은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고 훗날 공동체 신앙 리더가 됐다. 감미사 운동부터 지금껏 감사 운동에 동참해 온 미술 교사 박지숙(53)씨는 “감미사 운동으로 교사들이 깨달은 건 본성은 바뀌기 어려우나 성품은 감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감사는 스스로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성품과 신앙이 성숙하도록 삶을 바꿔주는 좋은 도구”라고 말했다.

이에 힘입어 학교는 2015년부터 개인·단체별 감사일기와 감사편지, 감사 그림을 심사해 시상하는 감사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감사일기로 공모전에 참여하는 경우 5가지 주제(하나님, 선후배, 나, 가족, 학교)를 두고 매일의 감사 거리를 적어야 한다. 부모와 감사를 나누는 ‘가족 감사’ 부문도 있는데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소통한 기록을 심사한다. 평가는 글과 그림의 성실성과 진정성, 참여도에 높은 점수를 준다.

꿈의학교가 지난해 개최한 ‘감사 공모전’의 단체전 수상작. 꿈의학교 제공

매 학기 진행해 이제 8회를 맞은 감사 공모전은 교직원과 학생의 생활습관 변화로 이어졌다. 구성원과 갈등이 생기면 포스트잇이나 엽서에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을 전하는 행동이 이곳에서는 일상적이다. 김예린(18)양은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한 것도 있지만, 감사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편지를 주고받는 게 다들 익숙해졌다”며 “SNS나 문자메시지 대신 손글씨로 마음을 직접 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학생 가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은교(18)양은 “학교에서 감사 거리를 찾다 문득 내가 먹는 것부터 학교의 크고 작은 행사까지 모두 준비하는 분들이 있고 이분들에게 마땅히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후 집에 가서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나서서 했더니 부모님이 대견하게 여기셨다”고 했다.

최근엔 학교 차원을 넘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사과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운동은 쓰레기를 활용해 예술 작품을 만드는 ‘정크 아트’ 참여 학생들이 죽은 느티나무를 활용해 ‘사과나무’란 이름의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며 시작됐다. 작품은 나무에 매달린 재활용 전구에 사인펜으로 사과할 내용을 적어넣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자존심 때문에 평소 쉽게 전하지 못했던 사과의 마음을 이렇게라도 상대에게 전하자는 취지다. 사과나무의 1호 사과는 미술 교사인 박씨가 달았다. 그는 “학생 스스로 이런 일을 기획해 기특하다”며 “이 작품이 우리 공동체에 큰 울림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인희 교감은 “감사 운동은 하나님의 주권 안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하나님을 기억하게 하는 일종의 ‘기억 운동’”이라며 “하나님이 행했고, 행할 것을 기억하는 이 운동에 더 많은 교회와 학교가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산=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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