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맨발에 맨바닥서 공부하던 아이들 “카리부 마캄바”

국민일보

[밀알의 기적] 맨발에 맨바닥서 공부하던 아이들 “카리부 마캄바”

금산제일교회 양승백 목사 일행 말라위 사역현장

입력 2019-11-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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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백 금산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지난 1일 말라위 마캄바 초등학교에서 짚으로 만든 임시교실에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금산제일교회는 움막 같은 임시교실을 대신할 새 학교건물을 이곳에 짓기로 했다. 월드비전 제공

말라위 출장은 특별했다. 충남 금산의 금산제일교회 양승백 목사와 4명의 장로가 동행했다. 전영균 남주균 빈중옥 황희창 장로에 월드비전 직원들까지 일행이 너무 많은 것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다. 기우였다. 금산제일교회 장로들은 평소 청년들의 단기 비전트립에 동행해 경험이 풍부했다. 선물과 간식은 물론이고 정신무장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왔다. 양 목사와 장로들은 동네 형동생처럼 친밀하고 유쾌했다. 함께 가는 출장길이 즐거웠다. 짧은 일정이 아쉬울 정도였다. 양 목사와 장로들은 말라위 어린이들을 보며 “우리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금산제일교회는 교회의 역량을 쏟아 말라위 어린이들을 돕기로 결정했다.

지난 1일 금산제일교회 일행은 말라위의 시골 마을 마캄바에 도착했다. 수도 릴롱궤에서 100㎞ 넘게 떨어진 곳이었다.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만 1시간 넘게 달렸다. 해발 1200m로 바람이 많이 부는 고산 지역인데다 6개월째 비가 내리지 않아 사방이 붉은 흙과 잡초뿐이었다.



붉은 흙먼지를 뒤집어 쓴 일행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마캄바 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월드비전 일행을 환영했다. 한국의 금산에서 이곳까지 1만㎞가 넘는 길을 달려 온 피곤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아이들이 “카리부 마캄바(마캄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외치는 모습에 일행은 감동했다.

이 지역은 말라위 월드비전이 한국 등의 지원을 받아 주민의 자립을 돕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연 400달러(약 47만원) 남짓한 말라위에서도 더욱 가난한 지역이다. 여기는 6개월 동안 비가 한방울도 오지 않고 12월을 전후로 한국의 장마철처럼 폭우가 쏟아진다.

마캄바에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세운 초등학교가 있다. 12㎞나 떨어진 학교까지 아이들이 다니기가 힘들어 주민들이 십시일반 주머니를 털었다. 이 학교 교장은 “배워야만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할 수 있고 공동체의 지도자가 나와 더 나은 마을을 만들 수 있다”고 열악한 상황에서도 학교를 운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환영행사를 마친 아이들을 따라 학교를 둘러보았다. 건물이라고는 서너평 남짓한 교사 사무실과 교실 2개가 있는 양철지붕 건물 1곳뿐이었다. 화장실도 없고, 전기시설도 없었다. 4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수용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임시로 짚을 엮어 벽을 세우고 지붕을 올려 얼기설기 교실 2개를 만들었다. 안을 들여다 보니 흙바닥에 칠판만 겨우 걸려 있었다. 그나마도 바람이 불 때마다 지푸라기가 날아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이제 곧 장마철이 닥치면 아이들은 학교에 올 수도 없고 수업도 할 수 없다.

맨바닥에 철퍼덕 앉아 앞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눈망울이 똘망똘망했다.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머리에 담으려는 듯 칠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맨손에 맨발이었다. 교과서도 공책도 연필도 없었다. 6·25전쟁 당시 피난민촌에서 임시로 학교를 운영하던 70년전 우리 모습과 비슷했다. 연필 한 자루가 한국 돈으로 130원, 공책이 160원이었지만 그마저도 살 돈이 없고 살 곳도 없었다. 한 벌에 2000원이라는 교복도 대를 물려 입은 듯 옷자락이 해어져 있었다.

전 장로는 “맨바닥에 앉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우리가 과거 새마을운동을 하고 믿음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했듯이 이 나라에도 새로운 운동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업전문가인 빈 장로는 차를 타고 다니면서 들판의 풍경을 눈여겨 봤다. 그는 “장마철 빗물을 가둬 1년 내내 농업에 활용할 수 있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이곳에 농업학교라도 세우고 싶은 심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양 목사와 4명의 장로들은 말라위에 머무는 동안 아침저녁으로 머리를 맞대고 이곳의 어린이들을 도울 방안을 궁리했다.

금산제일교회가 있는 충남 금산은 농촌도시지만 전국 최대의 인삼집산지로 부농(富農)이 많은 곳이다. 신앙의 역사도 오래된 곳이다. 금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이 교회의 기원은 마로덕(McCutchen) 선교사가 전도의 씨앗을 뿌린 1903년으로 거슬러 간다. 교회와 함께 심광학교를 세웠다. 학교를 통해 교회가 만들어졌다. 금산제일교회 주보에는 ‘영적 부흥으로 민족의 동반자 되게 하소서’라고 적혀 있다. 교회는 주민들이 금산 일대를 전망할 수 있는 곳에 산책로와 카페, 야외테이블을 만들어 운영하며 지역사회를 섬긴다.

양 목사는 지난 24일 주일예배에서 ‘밀알의 기적’을 강조했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져야 열매가 맺히듯, 우리부터 섬기고 나눠야 새로운 역사가 일어난다”며 월드비전과 함께 말라위에 새로운 씨앗을 심자고 설교했다. 교회는 교회 건축을 위해 오랫동안 모은 헌금을 마캄바 초등학교를 위해 내놓기로 했다. 120년 전 금산에 밀알을 심은 마로덕 선교사의 마음을 품고 말라위에도 한국과 같은 밀알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했다.

마캄바(말라위)=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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