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이웃과 함께하는 감사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 이웃과 함께하는 감사

입력 2019-11-28 00:04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은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다. 요즘 우리에게 잘 알려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도 이 추수감사절 이벤트의 연장선에 있다. 미국 추수감사절은 우리의 추석과도 비슷하다. 가족들이 모여 칠면조 요리 같은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고 감사를 나눈다. 여러 교회와 단체들이 소외된 이웃들을 초대해 식사를 함께하기도 한다. 이 추수감사절은 미국 초기 정착민들의 눈물겨운 첫 추수를 그 유래로 한다.

구약성경 신명기 12장에는 가나안 땅에 새롭게 정착하게 될 이스라엘 백성들이 어떻게 그곳에서 예배하며 감사해야 하는지를 기록한다. “오직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실 곳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너는 네 자녀와 노비와 성중에 거주하는 레위인과 함께 그것을 먹고 또 네 손으로 수고한 모든 일로 말미암아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즐거워하되.”(18절)

하나님께서 새로운 땅에 들어가 정착하도록 하실 때, 하나님 앞에 예배를 드려야 할 뿐만 아니라 ‘함께’ 그 감사의 즐거움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 강조된다. 인상적이게도 이 ‘함께’의 범주에는 혈육뿐 아니라 노비와 레위인까지도 포함된다.

당시 노비는 물질이나 소유로 이해됐던 존재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관념을 무너뜨리시고 그들과 함께 즐거워할 것을 명하고 계신다. 레위인은 이 땅에 분깃이나 기업이 없는 자들로 소개된다. 물론 레위인은 하나님을 자신의 기업으로 삼는 사람들이지만, 실질적인 생계 면에서는 약자에 속해 있었다. 결국 하나님께서 함께 즐거움을 나누기 원하시는 사람들은, 오늘날로 말하자면 여러 면에서 소외돼 있는 이웃들이라 할 수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이 모든 명령을 새로운 땅의 안식과 관련해 주셨다는 것이다.(신 12:10) 이 안식은 하나님께서 그분의 백성들에게 주시고자 하는 복이다. 이는 먹을 것 넉넉하고 걱정 근심 없는 상태 이상의 것이다. 진정한 안식은 연약한 이웃들까지 함께 하나님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자리에서 경험된다. 그저 나만, 혹은 우리 식구만 잘 먹고 잘사는 것을 하나님의 복과 안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소외된 이웃들까지 끌어안고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하나님을 즐거워하는 것이 참된 안식의 모습이다.

오랜 기간 구호 선교에 참여했던 브라이언트 마이어스 교수는 ‘가난한 자와 함께하는 선교’에서 왜 교회가 가난한 자들,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해야 하는가에 대해 분명한 그림을 안겨준다. 그에 따르면 하나님의 이야기가 있고 우리의 이야기가 있다.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계획과 스토리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하나님의 이야기와 우리의 이야기는 사회의 이야기, 이웃의 이야기에서 만난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 간의 이야기를 변화시켜 미처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누군가를 도우면 나는 돕는 자이고, 그 사람은 도움을 받는 대상이다. 이 구조 속에선 우리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된다. 시혜적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어스 교수는 이 도움은 오히려 쌍방 간 이야기라고 말한다. 시혜적 관계가 아니라 호혜적 관계다.

한 성도님은 은퇴하시고 종일 손주들을 돌보신다. 얼마나 힘이 들지 안쓰러워 위로하려 했는데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사님, 모르는 소리 하지 마세요. 내가 얘들을 돌보는 게 아니라 얘들이 나를 돌봐요. 내가 얘들 때문에 살아나요.” 1%의 가식도 없는 말씀이었다.

당연히 우리가 누군가를 도움으로써 그분들이 변화가 되고 사회도 바뀌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그분들이 우리도 변화시킨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그분들을 돕지만, 그분들도 우리를 돕는 것이다. 거기에서 우리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동시에 사회의 새로운 이야기도 만들어진다.

하나님의 이야기 안에서 우리가 만나는 이웃들과의 관계가 시혜적 관계가 아니라 호혜적 관계라는 인식이 분명하게 들어와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사람 앞에서도 그 존엄한 하나님의 형상을 대하듯 겸손하게 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웃과 함께하는 감사를 통해 우리와 이웃 모두를 하나님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하시고 우리 모두를 새롭게 하길 원하신다. 이것이 우리가 새롭게 눈떠야 될 중요한 영적인 질서와 원리다.

송태근 목사(삼일교회)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