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누가 생산했나 규명하자”… 울산지검은 ‘기획첩보’ 눈치챘다

국민일보

[단독] “누가 생산했나 규명하자”… 울산지검은 ‘기획첩보’ 눈치챘다

“낙선 목적 작성” 굳히고 확인 작업… 작년 문제 심각성 인식 본격 수사

입력 2019-11-27 18:39 수정 2019-11-27 23:25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7일 국회에서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이뤄진 자신에 대한 경찰 수사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 전 시장은 해당 수사가 “희대의 선거 사기”라며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을 구속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울산지검 공안부(현 공공수사부)가 지난해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의 문제성을 인지한 계기는 경찰 내에 공유된 범죄 첩보의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사실상 김 전 시장을 뒷조사한 듯한 내용, 경찰 수사팀의 부진을 질책하며 수사를 채근하는 모습에 검찰에서는 “누가 생산했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이 첩보가 6·13 지방선거 국면에서 야당 후보 수사로 이어졌고 경찰청이 ‘청와대 하명’을 언급한 점은 검찰의 문제의식을 더욱 키운 것으로 보인다.

2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해 김 전 시장과 측근을 대상으로 한 범죄 첩보 내용을 확인한 뒤 선거개입 의혹을 갖고 첩보 생산 경로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작업에 착수했다. 2017년 12월 29일 경찰청에서 울산경찰청으로 하달된 이 첩보는 경찰이 내사를 거쳐 지난해 3월 13일 수사에 착수하는 단서가 됐다. 경찰의 첫 압수수색은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의 울산시장 후보로 단독 신청해 사실상 공천이 확정됐다는 언론 보도 이후 이뤄졌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첩보에는 김 전 시장 주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있었다”고 했다. 선거사범 단속에 주의를 기울이던 검찰 내부에서는 “누군가를 잘못되게 하려는 첩보가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 첩보가 낙선 목적으로 생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경위 파악에 나섰다. 피혐의자들의 금융계좌 압수수색 등을 시도하는 한편 경찰청에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첩보의 근원을 묻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회신된 경찰청의 답변은 “이 첩보는 청와대에서 온 것”이라는 것이었다. 경찰청은 회신 공문에서 ‘하명’ 표현 대신 ‘이첩’ ‘전달’ 표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찰청을 상대로 청와대에 대한 수사보고 내역을 요구했다. 경찰의 청와대 수사보고 내용에 선거 정세 분석이라도 들어 있다면 국기문란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아무리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라 해도 선출직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찰은 권한 밖이었다. 다만 경찰청은 이후 검찰이 요구하는 청와대 보고 내용은 물론 목록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수사 과정의 면면은 검찰이 느끼는 심각성을 더욱 키웠다. 애초 김 전 시장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수사팀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의 부임 뒤 사실상 해체, 각자 전출되거나 좌천됐다. 이후 경찰대 출신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사팀이 꾸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 김 전 시장 동생 비리를 수사했던 울산경찰청 소속 성모 경위는 거꾸로 본인이 비리에 연루된 일이 드러나며 구속 기소됐고, 최근 결심 공판에서 중형이 구형됐다.

검찰은 경찰이 기소 의견을 굽히지 않은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등을 지난 3월 무혐의 처분했다. 이때 90쪽이 넘는 불기소결정서를 썼다. 검찰은 이 결정서에서 황 청장이 보완수사 지휘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낱낱이 공개했다. 결정서에는 ‘선거에 임박한 시점’이라는 표현이 여럿 쓰였다.

검찰은 최근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반부패비서관실에 이 문제성 첩보를 전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을 명확히 밝힐 수사 주체는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로 바뀌었다.

박상은 구자창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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