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위비 분담금 한국 측 제안은 ‘동결’ 아닌 ‘4% 인상’이었다

국민일보

[단독] 방위비 분담금 한국 측 제안은 ‘동결’ 아닌 ‘4% 인상’이었다

미국 측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입력 2019-11-27 18:43

내년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몫을 정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회의에서 한국 대표단이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보다 4% 인상된 수준의 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9차 SMA 때 정해졌던 4% 상한선 카드를 내민 것이다. 그러나 올해보다 5배 이상 많은 47억 달러(약 5조5300억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대표단은 한국 측 제안에 반발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27일 “3차 회의 둘째날이던 지난 19일 양국 대표단이 생각하는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공유했다”며 “우리 측이 4% 인상안을 제시하자 미국 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회의장을 떠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 측이 올해 10차 SMA의 1년 연장, 즉 분담금 ‘동결’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는 차이가 있는 내용이다.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는 당시 80분 만에 자리를 뜬 뒤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도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SMA 협상에서 양국 대표가 공개적으로 격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 대표단은 미국 측의 무리한 인상 요구에 논리적으로 대응하며 인상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4% 인상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2014년부터 5년간 적용됐던 9차 SMA는 9200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인상하되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합의됐다. 4% 상한선을 설정해 과도한 인상을 통제했던 것이다. 9차 SMA가 마지막으로 적용된 지난해 분담금은 9602억원이었다. 한·미는 SMA 유효기간을 2~5년으로 해오다 올해 10차 SMA는 전례 없이 1년으로 합의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에는 한·미가 유효기간에 대해서는 1년이 아닌 다년간으로 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안다”며 “향후 협상에서는 다년 유효기간에 따른 인상률이 핵심 쟁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유효기간을 2~5년으로 하면서 미국 측이 높은 인상률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도 합리적인 수준의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바라는 인상폭은 합리적인 수준과 거리가 멀다. 미국 전기 작가 더그 웨드가 26일(현지시간) 펴낸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Inside Trump's White House)’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에 4만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한국을 방어하는 데 매년 45억 달러(약 5조2900억원)를 쓰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인식을 갖고 있으니 미국 협상팀이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1차 SMA 4차 회의는 다음 달 초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한 이견 때문에 3차 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았지만, 10차 SMA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양측이 빠르게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는 것이다.

이상헌 손재호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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