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삶 겪은 그녀… “하나님의 선의를 믿으세요”

국민일보

가혹한 삶 겪은 그녀… “하나님의 선의를 믿으세요”

고통은 헛되지 않아요/엘리자베스 엘리엇 지음/정성묵 옮김/두란노

입력 2019-11-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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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헛되지 않아요' 저자 엘리자베스 엘리엇의 생전 모습. 두란노 제공

파란만장이란 표현이 이토록 잘 들어맞는 인생이 있을까. 결혼한 지 27개월 만에 남미 에콰도르 원주민이 휘두른 흉기에 첫 남편을 잃었다. 10여년 뒤 재혼한 두 번째 남편은 3년 반 만에 암으로 사별했고 본인은 말년에 치매를 앓았다. 엘리자베스 엘리엇(1926~2015) 선교사 이야기다.

그는 “잃을 수 없는 것을 얻기 위해 지킬 수 없는 것을 내놓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란 말을 남기고 에콰도르에서 순교한 짐 엘리엇(1927~1956) 선교사의 아내다. 남편을 죽인 에콰도르 와오라니 부족을 찾아가 선교사로 16년간 복음을 전했고 ‘전능자의 그늘’ 등 20권 이상의 신앙서적을 썼다. 이번 책은 그가 생전 책 제목과 같은 주제로 강연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쉽사리 소망을 갖기 힘들었을 법한 기구하고도 신산했던 삶을 산 그가 평생 고백한 말은 ‘고통은 헛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고난이 은혜요, 선물’이라고 역설했다. 하나님이 깊은 고통 가운데 가장 큰 교훈을 남겼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있어 그분의 목적은 ‘사랑’이다. 하나님은 끔찍한 현실도 놀라운 결과로 바꿀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그 모든 일의 시종을 다 알지 못해 현실에 분노하고 절망할 뿐이다.

인간사 고통에 대해 달관한 듯 보이는 말이다. 이런 저자도 고난을 겪거나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을 땐 하나님에게 이유를 물었다. “피난처 되신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왜 선한 이들이 비극적인 일을 겪어야 합니까. 세상은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때 받은 하나님의 답은 “나를 믿어라”다. 나를 사랑하신다는 하나님이 비극을 허락했다는 모순적 상황에 대한 어떠한 부가 설명도 없다. 그런데도 저자가 평안을 찾은 건 “하나님이 내 삶을 포함한 온 세상을 다스린다”는 믿음 때문이다. 물론 이를 믿는다고 과부가 된 가혹한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다. 인간은 신비로 휩싸인 고난의 원인을 알 수 없다. 다니엘은 사자굴을, 예수는 십자가형을 피하지 못했지만 하나님의 선의를 믿는 이는 그분의 사랑을 근거로 고난을 수용해 평안을 얻을 수 있다.

눈앞의 고난을 수용할 수 있던 비결은 ‘그다음 일(next thing)을 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첫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한 직후 순교지로 떠날 준비를 했다. 선교 훈련에 자녀 육아까지 하니 슬퍼할 여유조차 없었다. 두 번째 남편을 잃었을 땐 설거지나 청소 등을 하며 묵묵히 현실을 수용했다.

가끔 슬픔이 사무치거나 고난이 힘겨워 하나님께 불평할 때면 이전과 같은 기도 응답을 들었다. “나를 믿으렴.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네 고통은 결코 헛되지 않다.” 이 말을 믿기에 저자는 그분이 주는 ‘구원의 잔’(시 116:13)을 기쁨으로 받아들인다. 그 잔에 고통이나 슬픔, 아니면 그 무엇이 들어있든 상관없다. 하나님은 언제나 가장 유익한 길을 주시기 때문이다.

책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서문과 추천사를 저자처럼 고통을 겪은 이들이 주로 썼다는 점이다. 영어 원서 서문은 16세에 다이빙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장애인 조니 에릭슨 타다 조니와친구들국제장애센터 설립자가 썼다. 한글 번역서에선 암 투병 중인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과 어릴 때 척추 장애를 입은 ‘134㎝의 작은 거인’ 국제사회복지사 김해영씨 등이 추천사 등을 썼다.

이 전 장관은 “너 나 할 것 없이 내가 당하는 고통이 가장 크다고 아우성치는 세상이다.… 크고 작은 인생의 고난이 오늘도 우리를 참 생명이신 예수께로 떠민다. 고통은 의미 있다. 가치 있다. 결코 헛되지 않다”고 썼다. 출판사 측은 “고통을 남다르게 해석한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분이라 판단해 글을 부탁드렸다”고 했다.

고난을 겪은 이들의 말도 저자의 의견과 결국 같다. 인간에게 생기는 모든 일은 하나님의 장중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인용한 그랜트 콜팩스 털러의 시처럼 하나님이 짜는 인생이란 직물엔 금·은색 실보다 검은색 실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그 직물이 완성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찬란한 무늬에 감탄할 것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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