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하나님의 선물] “극단 선택 예방 교육,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에도 긍정적 효과”

국민일보

[생명은 하나님의 선물] “극단 선택 예방 교육,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에도 긍정적 효과”

<2부> 빌드업 생명존중문화 ⑬ 생명 지킴이 ‘게이트키퍼’ 3인 좌담회

입력 2019-11-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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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키퍼로 활동하는 박선화씨와 조권행 목사, 안유일 전도사(왼쪽부터)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자살예방 현장의 현실과 사회안전망 구축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최근 대중의 주목을 받던 또 한 명의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연예인 설리의 비극적 소식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지 한 달여 만이다. 한 자살 예방 전문가는 “경기도교육청 담당사무관으로부터 ‘설리의 죽음이 알려진 후 일주일 만에 도내에서 학생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얘길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결코 택하지 말아야 할 선택이 생명의 무게를 더 가볍게 만들고 있다.

생명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탄식만 하고 있어야 할까. 이에 반기를 든 이들이 있다. 게이트키퍼 생명보듬이 무지개강사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자살 위험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해 전문기관의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고, 대상자의 자살 시도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게이트키퍼 3명을 만나 자살 예방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한다.

박선화(54): 남매를 키우는 주부다. 중학교에 다니던 둘째 아이로부터 “자살하고 싶을 때가 있다”는 얘길 들은 뒤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전부터 아동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날 이후 스마트폰 과(過)의존, 자살 예방 등에 관련된 교육을 받고 청소년 대상 강의와 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

조권행(52): 서울 영등포구의 개척교회 목사다. 자살한 성도에 대해 천국과 지옥을 운운하며 거부감부터 표출하는 목회자들의 모습을 보고 4년 전부터 관심을 갖게 됐다. 천국을 가고 못 가고는 하나님께서 정하시겠지만, 가까운 주변인부터라도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결심하고 게이트키퍼 교육을 받았다.

안유일(29): 서울 도림감리교회 교육전도사다. 학교폭력 예방사, 방과후학습 지도사 과정 등을 공부하면서 청소년 자살 예방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은 서울시와 함께하는 자살 예방 캠페인 ‘살사(살자 사랑하자) 프로젝트’의 영등포지회,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실무를 맡고 있다.

-세 분 모두 자살 예방 강의를 70회 이상 했다고 들었다. 현장에서 무엇을 느꼈나.

안: 자살 사건을 겪은 학교의 경우 교실에 들어설 때 느껴지는 공기부터 다르다. 분위기가 훨씬 침체돼 있다. 중요한 건 자살이 시도자의 친인척뿐 아니라 친구나 가까운 관계를 맺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알려진 것처럼 자살 유가족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자살 사건을 겪은 학생들에게도 그에 따르는 보살핌이 필요하다.

조: 청소년들이 동경하는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 알려졌을 때도 영향을 받는다. 정서적으로 민감한 시기인 점을 고려해 상담 프로그램이나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교육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엔 1388(청소년 사이버상담센터) 1588-9191(생명의전화) 등 번호를 알려줄 때 부쩍 더 강조하게 됐다.

박: 초등학교에서 강의한 후 한 학생이 다가와 “상담 전화번호를 엄마에게 알려줘도 되냐”고 물어 놀란 적이 있다. 어린 학생도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의 상황을 잘 감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살 예방 강의의 영향력이 참석자뿐 아니라 그 주변까지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보람이 크겠지만 한계를 느낄 때도 있을 것 같다.

조: 주변에서 위험이 감지됐을 때 즉각 전문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년째 자살 예방 강의를 하다 보니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목회자로서 신앙 상담을 해주는 수준에 그친다. 갈급함을 느껴 현재 2년 과정의 상담심리학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이트키퍼가 전문상담 과정을 이수하긴 힘든 게 현실이다. 게이트키퍼와 자살 예방 상담전문가의 협업을 통해 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박: 교회 안에선 자살이란 단어가 여전히 기피대상인 게 현실이다. 신앙 공동체는 생명의 존귀함에 대해 가장 잘 인식하고 있는 집단이다. 위로와 격려가 일상화돼 있다. 게이트키퍼로서 최적화된 모델이 이미 확보돼 있다. 그만큼 자살 예방 교육이 이뤄졌을 때 그 내용과 의미를 지역에 확산시키기도 쉽다. 하지만 ‘자살 예방’을 주제로 교회에서 강의한다고 하면 “뭐 그런 걸 강의해”란 반응에 부딪히기 일쑤다. 또 ‘생명존중 강의’라고 하면 인성교육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조언한다면.

안: ‘선플달기 운동’을 체계적으로 펼쳤으면 좋겠다. 악성 댓글로 고통받는 유명인들이 많다는 건 대중도 이미 잘 안다. 유명인 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이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그들과 관련된 콘텐츠에 꾸준히 선플이 달린다면 누적된 악플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조: 최근 ‘위기의 청소년 어떻게 구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자살 예방 포럼에 참석했다. 청소년들이 맘 편히 상담 한 번 받기가 너무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담을 받더라도 ‘심리상담-정신질환-문제아’로 이어지는 낙인효과가 심각하다. 절차 개선과 정보보호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청소년 위기나 자살 예방을 주제로 한 공익광고 캠페인도 활발해지길 바란다.

박: 동작구 지역협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상담 공간의 한계를 고민한 적이 있다. 상담 희망자가 구청이나 자치센터로 찾아오지 않더라도 ‘상담 순회버스’를 운영하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버스의 주정차 공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지역 내 교회가 주차 공간을 제공한다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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