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 미에 벼랑끝 압박… ‘뉴욕 채널’도 닫혔다

국민일보

[단독] 북, 미에 벼랑끝 압박… ‘뉴욕 채널’도 닫혔다

대화 마지막 보루, 두달 전 폐쇄

입력 2019-11-28 18:43 수정 2019-11-28 21:25

북한과 미국의 물밑접촉 통로인 ‘뉴욕 채널’이 최근 들어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북·미는 필요할 때마다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소통해 왔는데, 이를 뉴욕 채널이라 부른다. 북·미 대화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뉴욕 채널이 닫히면서 가뜩이나 접점을 찾지 못해 교착 상태인 비핵화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협상 상황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28일 “뉴욕 채널이 두 달 전쯤 닫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북·미 간 소통은 각자 발표하는 담화문과 성명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전부”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달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앞서 ‘예비접촉’을 가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1일 담화문에서 “조·미(북·미) 쌍방은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실무협상 전 예비접촉’이라는 이례적 형식을 두고 당시 외교가에서는 “북측 협상 대표가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로 바뀌었으니 상견례 차원에서 예비접촉을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뉴욕 채널이 가동되지 못하면서 협상 의제와 형식 등을 미리 협의하지 못해 예비접촉이란 절차를 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최 부상의 담화문이 나오기 전까지 북측의 협상 재개 의사와 일정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한의 일방적 통보를 받고 협상에 나선 것이다. 당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예비접촉과 실무협상이 진행됐으나 결국 결렬됐다.

북·미는 실무협상 결렬 이후 지금은 각자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담화문과 성명만으로 상대방의 의사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협상에 관한 북·미 간 물밑접촉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달 6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권정근·김명길 순회대사,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총 11차례에 걸쳐 대미 담화를 발표했다. 이례적인 ‘릴레이 담화’다. 미국도 북한이 담화를 낼 때마다 관련 부처의 입장 발표로 대응했다.

일례로 북한이 수차례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 공중훈련 실시 계획을 맹렬히 비난하자 지난 13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고, 나흘 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을 거쳐 훈련 연기를 결정했다. 북한은 이를 환영했지만 이후 담화에선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고 엄포를 놨다.

뉴욕 채널 폐쇄에는 대미 소통 창구를 최소화하면서 미국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의지를 뉴욕 채널 폐쇄로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것 역시 북한이 자주 구사하는 ‘벼랑끝 전술’로 여겨진다.

뉴욕 채널은 그동안 북·미 간 대화 채널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창구로 평가됐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중요한 소통 창구가 닫힘에 따라 협상 교착 국면이 더욱 길어지거나 북한이 끝내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손재호 이상헌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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