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지호일] 靑 조준한 수사로 檢이 말하려는 것

국민일보

[가리사니-지호일] 靑 조준한 수사로 檢이 말하려는 것

문재인 정권도 권력의 장막 뒤에서 벌였던 일은 과거 정권과 별반 다른 게 없지 않나

입력 2019-12-02 04:05

다시 검찰의 시간이다. 촛불 위에 선 문재인정부도 어느덧 후반기로 접어들고, 민주화 이후 매 정부가 그랬듯 심장부를 찔러오는 검찰의 칼을 마주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정부, 과거의 사건을 집요하게 쫓던 검찰은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등잔 밑을 헤집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수사는 두 개의 마차에 실려 모두 정권 실세그룹을 향해 전진하는 중이다. 기어이 청와대 앞에 도달할 터다.

정권과 검찰의 급격한 관계 변화, 그 분수령은 분명 ‘조국 사태’였다. 정권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는 하명 수사, 감찰 무마 의혹 수사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낙마 이후 비로소 가속도가 붙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유 전 부시장 자택 압수수색(지난 19일)부터 구속영장 청구(25일), 구속 수감(27일)까지 전광석화처럼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수사 초점은 처음부터 유 전 부시장 개인 비리가 아닌 그의 비호 세력에 맞춰졌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다.

울산지검의 김 전 시장 관련 사건은 지난 26일 선거범죄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 이송된 것을 기점으로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사안의 성격, 관련자들의 소재지 등을 고려해 신속히 수사하기 위해 사건을 이송했을 뿐”이라고 검찰은 설명했지만, 나는 이 ‘신속히’라는 낱말에서, 이 수사와 유 전 부시장 수사가 별개의 것들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뜻이 움직이는 수사인 것이다.

두 개의 수사를 두고 검찰이 조 전 장관의 기존 가족 관련 비리 혐의에 하명 수사와 감찰 무마라는 직무 관련 혐의까지 얹어 엄중 처벌하려 한다는 해석이 많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벌어진 일들이고, 그가 관여한 흔적들이 있으니 억측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미 ‘죽은’ 조 전 장관을 부관참시하는 차원이 아니라 사퇴 이후 검찰을 둘러싸고 전개된 상황에 더 눈길이 간다. 조 전 장관이 “저를 딛고 검찰 개혁을 완수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퇴장한 뒤 청와대와 여당은 시간에 쫓기고, 검찰에 쫓기는 듯 가차 없이 검찰 개혁을 몰아붙였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차관을 청와대로 불러 시한까지 정해주면서 개혁의 결과물을 들고 오라고 명했다.

그렇게 허둥지둥 떠밀려 나온 것이 올해가 가기 전 전국 검찰청 주요 인지부서 37곳을 추가로 폐지하는 내용의 직제 개편안이다. 앞서 검찰이 스스로 폐지한 특수부 4곳(인천·수원·대전·부산)을 포함하면 총 41개의 직접수사 부서가 곧 사라지는 셈이다.

여기에 중요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단계별로 보고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고, 검찰의 정보수집 기능을 즉각 폐지하라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도 나왔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현 정권과 검찰은 끝내 함께 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걸까. 집권 후반기에 검찰이 이빨을 드러내는 상황을 이참에 밟아두려는 듯, 검찰 입장에서는 입마개를 씌우고 손발을 묶어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여겨질 내용들이었다.

이런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윤 총장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자체적으로 개혁안을 마련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용 의사도 밝혔던 검찰이지만,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개혁안에 “나가도 너무 나갔다” “조국 수사에 대한 복수 아니냐”는 불만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은 조직적 반발이나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본업인 수사를 통해, ‘검찰의 방식대로’ 존재 의의를 드러내는 쪽을 택했다. 그것도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당부한 ‘살아 있는 권력에 엄정한 수사’를 통해.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말이다. “검찰은 지금의 위기나 문제의 해결책이 국민에게 제대로 수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판단한 것 같다. 세월호 특별수사단을 가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과거에도 수사로 위기 상황을 돌파해 오지 않았나.”

검찰은 하명 의혹, 감찰 무마 수사를 통해 묻고 있는 것일 수 있다. 현 정권도 장막 뒤에서 벌인 일은 과거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지 않나. 정치권력, 자본권력을 상대하는 반부패 수사 총량을 대안 없이 한순간 줄이는 것은 누구에게 이득인가. 개혁 자체가 목적이 돼 버리면, 과연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지호일 온라인뉴스부 차장 blue51@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