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기적’ 울산 ‘악몽’, 끝날에 뒤집힌 세상

국민일보

전북 ‘기적’ 울산 ‘악몽’, 끝날에 뒤집힌 세상

전북, K리그1 극적인 우승

입력 2019-12-02 04:05
전북 현대 선수들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최종 38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시상대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우가 쏟아진 울산종합운동장. 후반 종료 직전 팔로세비치(포항 스틸러스)가 페널티킥을 밀어 넣었다. 스코어는 4-1. 경기장을 가득 채운 1만5401명 중 대다수 울산 팬들은 믿기지 않는 듯 고요한 정적에 휩싸였다. 전북 현대는 같은 시간 강원 FC를 1대 0으로 잡은 상황. 울산은 리그 최종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치는 ‘악몽’을, 전북은 역전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맛봤다. 역대급 경쟁은 K리그의 재미를 증폭시키며 관중 폭발을 가져왔다.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K리그1 38라운드 ‘동해안 더비’에서 1대 4로 졌다. 포항은 전반 26분 완델손, 후반 10분 일류첸코, 후반 42분과 52분 허용준과 팔로세비치의 골까지 무려 4골을 울산 골문에 폭격하며 울산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울산은 주니오가 전반 36분 1골을 만회했을 뿐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완패했다.

1일 홈구장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1대 4로 완패해 다잡았던 우승을 놓치며 허탈해하는 울산 현대의 김도훈(왼쪽) 감독과 선수들. 연합뉴스

울산은 6년전의 포항전 악몽을 반복하며 땅을 쳐야 했다. 2013년 최종전에서 포항을 만났던 울산은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허용하며 승점 1점차 준우승에 그친 적이 있다. 이날도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2005년 이후 14년 만이자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결국 포항을 넘지 못했다.

반면, 전북은 전반 29분 터진 손준호의 소중한 한 골을 끝까지 지켜냈다. 전북(승점 79·72득점)은 울산(승점 79·71득점)을 다득점 1점 차로 누르고 극적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며 K리그1 3연패에 성공했다.

마지막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팀도 이날 결정됐다. FC 서울(승점 56·53득점)은 대구 FC(승점 55)와 0대 0으로 비겨 포항(승점 56·49득점)에 다득점으로 3위 자리를 지켰다. 올 시즌 3패로 서울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대구는 결국 징크스를 깨지 못하며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까지 순위싸움이 치열했던 만큼 올 시즌 K리그는 역대급 인기를 끌었다. K리그 1·2 합계 403경기만에 230만 관중을 돌파했다. 2013년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최다다. 경기당 평균 관중도 K리그1이 8013명으로 약 47.2%, K리그2는 2946명으로 약 72.6%나 올랐다. K리그 역대 최다관중은 2011년의 303만586명이지만 이는 무료관중까지 포함한 수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올 시즌은 관중 수도 크게 늘었지만 유료 관중만 집계된 수치여서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령별 대표팀 선전도 K리그 중흥 요인으로 꼽힌다. 조현우(대구), 문선민(전북)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K리그 전국구 스타가 되면서 관중 유입이 늘어났다.

K리그만의 흥미 요소도 증대됐다. 도심 접근성이 좋은 DGB대구은행파크를 선보인 대구는 1만2415석을 9번이나 매진시킬 정도로 인기였다. 축구공 모양의 고슴도치 캐릭터인 ‘리카’를 전면 내세운 적극적인 마케팅도 돋보였다. 야구 도시였던 대구에 축구 열풍이 일었을 정도다.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는 김도훈 감독의 ‘후니볼’, 김병수 강원 감독의 공격축구 ‘병수볼’ 등 특색 있는 축구가 이뤄졌다는 점도 주효했다. 공룡탈을 쓰고 열띤 응원을 펼친 강원의 ‘공룡좌’처럼 볼거리를 직접 마련하는 팬들의 응원문화도 K리그 인기를 확산시킨 주역이다.

울산=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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