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흉강경 수술+내과 치료’로 재발률 낮춘다

국민일보

심방세동, ‘흉강경 수술+내과 치료’로 재발률 낮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의 주목! 이 클리닉] (22) 삼성서울병원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 클리닉

입력 2019-12-02 22:09 수정 2019-12-02 22:13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정동섭(오른쪽) 교수가 흉부 내시경을 보며 심장 바깥쪽에 비정상적 전기신호가 발생한 부위를 차단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병 그 자체보다 합병증 더 무서워
혈전이 뇌로 이어지는 혈관 막는 뇌졸중 발병 확률 일반인의 5배

외과 수술·내과 시술 접목한 치료, 항응고제 끊고자 하는 환자 효과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 질환 중 하나인 ‘심방세동’으로 오랫동안 고생해 온 직장인 신모(53)씨. 치료를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써 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11년 진단 당시만 하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아 약물로 치료 가능할 거라 생각됐지만 6년쯤 지나면서 가벼운 운동에도 숨이 차기 시작했다. 양쪽 사타구니 부위 혈관으로 가는 도관을 넣고 가슴까지 밀어올린 뒤, 심장의 비정상적 전기신호 발생 부위를 고에너지 열로 지져서 차단하는 시술(전극도자술)까지 받았지만 초기에만 정상 박동으로 돌아왔을 뿐, 몇 개월 지나자 부정맥이 다시 찾아왔다.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의료진 말에 낙담했었던 신씨. 하지만 흉강경(흉부 내시경)을 이용한 첨단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가 만성 심방세동이나 재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심방세동은 말 그대로 심장이 박자에 맞춰 박동하지 못하고 부르르 떨 듯 뛰는 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진료 환자는 19만9632명으로 2014년(13만4740명) 보다 4년 새 48.2%나 느는 등 꾸준히 증가 추세다.

심방세동은 병 그 자체 보다는 합병증이 더 무섭다. 특히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며 생긴 혈전(핏덩어리)이 뇌로 이어진 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일으킨다. 심방세동 환자는 건강한 사람 보다 뇌졸중 위험이 5배나 높다. 심방세동 환자 100명 가운데 6명꼴로 진단 1년 안에 뇌졸중이 발생한다는 연구보고도 나와있다. 재발도 흔해 환자들의 삶을 위협한다. 만성 심방세동 환자들의 45%가 재발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흉강경 수술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가 최근 각광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혼합’을 뜻하는 용어가 말해주듯, 이 치료법은 외과 수술과 내과 시술을 접목한 방식이다.

먼저 왼쪽 흉곽(가슴뼈대)사이에 5㎜의 작은 구멍 3개를 뚫어 흉강경과 수술 도구를 넣고 흉강경으로 의사가 심장 바깥쪽을 직접 보며 고에너지 열로 불규칙한 심장박동 부위를 지져서 차단하는 데서 시작된다. 수술 3개월 뒤에도 비정상 전기신호가 발견되면 전극도자술 등 내과 시술을 추가한다.

기존에는 심방세동 환자를 수술하려면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춘 뒤 진행해야 했다. 환자 부담이 당연히 클 수 밖에 없다. 주로 약물이나 시술로 치료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에서의 흉강경 수술은 심장이 뛰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다. 의사가 흉강경으로 심장을 관찰하면서 시행해 수술 시간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심장을 열지 않고 작은 구멍을 내서 하기 때문에 흉터가 덜 하고 통증도 가벼우며 회복이 빠르다. 수술 시간은 80~90분 정도로 짧고 입원기간은 평균 4일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금은 300만원 정도다.

심방세동 발생(위)과 흉곽에 뚫은 작은 구멍으로 수술 도구 삽입(가운데), 뇌졸중을 일으키는 혈전 발생 부위인 ‘좌심방이’를 클립으로 절제하는 모습(아래)을 보여주는 영상. 삼성서울병원 제공

뇌졸중을 일으키는 혈전 발생 부위인 ‘좌심방이(좌심방에 있는 엄지손가락 모양 작은 주머니)’를 절제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좌심방이 내부에는 ‘주름’이 있어 고인 피가 이곳에서 뭉쳐져 핏덩어리가 되고 뇌혈관으로 흘러들어가 막는다. 심방세동을 가진 뇌졸중 환자 부검 결과 90~92%가 좌심방이에서 혈전이 생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치료법으론 이 좌심방이를 수술할 수 없어 항응고제(피를 뭉치지 않게 하는 약)를 계속 복용해야 했는데, 하이브리드 치료에서는 별도로 먹지 않아도 되며 격렬한 운동도 가능하다.

전체 심방세동 환자의 70% 가량은 흉강경 수술만으로 해결 가능하지만 약 30%는 흉강경으로 접근이 어려운 심장 안쪽에 비정상 전기신호를 유발하는 병변이 발견된다. 이 경우엔 심장 안쪽에서 전극도자술 등 내과 시술을 추가한다. 심장 바깥과 안쪽에서 부정맥을 일으키는 부위를 모두 제거하는 하이브리드 치료가 완성되는 셈이다.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 대상은 약물이나 전극도자술 등 기존 내과적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재발한 환자들이다.

삼성서울병원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 클리닉 정동섭(심장외과) 교수는 2일 “특히 뇌졸중 병력이 있는 발작성 심방세동, 기존 전극도자술에 실패한 경우, 좌심방 크기가 너무 크지 않은 만성 심방세동 환자, 부정맥 약물(항응고제 등)을 끊고자 하는 환자 등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좌심방이 10㎝ 이상으로 너무 크면 수술이 어렵다.

정 교수는 “현존 심방세동 치료법 가운데 재발률이 가장 낮고 뇌졸중 예방 효과는 가장 크다”면서 “뇌졸중 예방을 위해 항응고제나 부정맥 약물을 계속 먹어야 하는 고역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치료 성적은 고무적이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재발 없이 1년간 정상 심장박동 유지율이 92%에 달했다. 5년 유지율은 84%다. 개흉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합병증은 거의 없지만 인공 심장박동기를 삽입하거나 수술 중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약 1%로 내외로 보고된다. 그만큼 경험많은 전문의의 숙련도가 요구된다. 이 치료법은 2012년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처음 도입한 이후 7~8개 의료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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