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노조위원장의 반성… 車산업만의 문제 아니다

국민일보

[사설] 현대차 노조위원장의 반성… 車산업만의 문제 아니다

입력 2019-12-03 04:03
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은 현실과 괴리된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말하고 있었다. 최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세미나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현대차 노조가 30년 투쟁해 평균 연봉 9000만원을 쟁취했지만 앞만 보고 달려온 셈이다.” “우리만 잘 먹고 잘사는 임금인상 중심의 투쟁은 옳지 않다.” “(정규직 위주의) 대공장 노동운동은 내부 조합원만 바라보고 있다.” “우리가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지 못한 채 세상을 바꾸자고 하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 제조업의 대표적인 대기업 노동조합에서, 그것도 강성인 민주노총 핵심 조직에서 이런 성찰이 나왔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사회적 고립’이란 표현이었다. 노동계는 블루칼라로 통칭되던 과거의 구분법에서 벗어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로 계층 분화를 겪었다. 하지만 노동운동을 좌우해온 것은 세력을 가진 정규직 중심의 대기업 노동조합이었고, 그 방향을 하 위원장은 “우리만 잘 먹고 잘사는 투쟁이었다”고 규정했다. 이런 투쟁의 혜택을 입은 이들은 연봉이 억대에 육박하는 근로조건을 누리게 된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과의 격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사회적 고립이란 말은 노동계 주도층이 기득권이라 불리는 지경에 이른 상황, 노동계의 주장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었다.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노동 친화적인 현 정부와도 사안마다 대립하며 사회적 합의를 번번이 무산시키는 흐름을 그는 노동계의 위기로 보았다.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이런 진단을 내리게 된 배경은 자동차산업의 실태와 무관치 않다. 자동화와 친환경 물결에 노동력 수요가 급감하고, 모빌리티 혁신을 통한 패러다임 변화까지 닥쳐왔다. 임금인상 중심의 투쟁이 조만간 무의미해진다는 위기감을 피부로 느꼈기에 이런 비판을 꺼냈을 테다. 이는 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속화되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모든 산업 분야가 같은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노동운동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8개월 파업을 접고 노사 상생선언을 한 지 5개월 만에 다시 임금인상 파업을 준비하는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이런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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