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방위비 늘렸다”… 나토, 트럼프에 선물 보따리

국민일보

“2016년부터 방위비 늘렸다”… 나토, 트럼프에 선물 보따리

트럼프 업적용 논리 만들기… 런던정상회의 돌출발언 우려

입력 2019-12-03 04:04
사진=AP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둔 유럽 정상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행사 때마다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며 찬물을 끼얹어왔기 때문이다. 유럽 정상들은 이번 정상회의에 대비해 자신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방위비를 대폭 증액했다는 논리를 마련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업적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나토 회원국의 한 고위 관리는 1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나토 동맹국들은 자신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를 당길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여기고 있다”며 “유럽 동맹국들이 2016년 이후 방위비를 1300억 달러(153조2440억원) 증액하면서 나토 지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기 공으로 돌리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행사 때마다 폭언에 가까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벨기에 브뤼셀 나토본부 준공식 연설에서는 나토헌장 5조 집단방위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파문을 일으켰다. 집단방위는 개별 회원국이 제3국의 공격을 받으면 전체 회원국이 공동 대응한다는 나토의 핵심 원칙이다. 지난해 7월에는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나토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때문에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막기 위해 ‘1300억 달러 증액’이라는 논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돌아가서 이를 유권자들에게 과시할 수 있도록 선물 보따리를 준비한 셈이다. 그럼에도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 달더 전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할지, 무슨 행동을 벌일지 걱정하는 소리만 들려온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이가 최근 틀어진 것도 뇌관이다. 두 정상은 한때 ‘브로맨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끈끈한 관계였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토는 지금 뇌사 상태에 빠졌다”며 “(미국이) 우리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고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격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을 싫어한 지 꽤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의 ‘뇌사’ 발언을 의식해 나토에 우호적인 언행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2일 영국 런던을 방문해 4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은 정상회의에 앞서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 노력을 평가하며 “대서양 동맹국 사이의 관계는 아주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나토 관련 입장으로는 꽤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미국 관리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나토 회원국을 압박해 방위비를 올리도록 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라고 본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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