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대신 새 길?… “미사일 발사 토대 수십 곳 증설”

국민일보

북한, 비핵화 대신 새 길?… “미사일 발사 토대 수십 곳 증설”

전문가 “남북 관계 난항 대비한 플랜 B 필요”

입력 2019-12-03 04:02

북한의 군사 도발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자력갱생을 도모하는 ‘새로운 길’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신년사에서 한·미의 비핵화 로드맵을 거부하는 새 전략 노선을 꺼내들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은 올해 여름부터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미사일을 쏠 때 사용하는 콘크리트 토대를 전국 수십 곳에 증설하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일 보도했다. 이 콘크리트 시설은 가로·세로 수십 m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탑재한 이동식발사대를 올려놓을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이 2017년 11월 ICBM급 ‘화성 15형’을 쏜 후 ICBM 시험발사를 중단했지만 ICBM 발사에 필요한 기반시설 건설은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명중률을 높이고 이동식발사대 파손을 막기 위해 평평한 콘크리트 바닥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입장에선 안정적인 콘크리트 토대 시설이 많을수록 발사 직전에 공격당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실제 이런 움직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동향에 대해선 한·미가 긴밀한 공조하에 추적·감시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또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서 영구 폐기를 약속했던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심상치 않은 활동을 보였다. 최근 차량과 장비들이 움직이는 장면이 포착됐으며, 발사장 인근에는 기념비도 세워졌다.

북한의 군사 행보는 올해 말까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충분한 보상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 일본 본토를 위협하는 중장거리미사일뿐 아니라 군사분계선(MDL) 이남의 한반도 전역을 기습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무기 개발에도 집중해 왔다. 올해 13차례 시험발사를 통해 고체 연료를 쓰는 신형 단거리미사일 개발에 공을 들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년에 비핵화 협상의 문을 닫으며 군사 도발 수위를 높이는 새로운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는 이날 세종연구소가 배포한 ‘2019년 한반도 정세 평가와 2020년 한국의 전략’ 보고서에서 “북한은 유엔의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 사업으로 외화를 확보하려는 ‘쿠바 모델’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 난항에 대비한 ‘플랜B(대안)’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정부는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ICBM 시험발사와 신형 잠수함에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가능성을 거론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13일 국무위원회 명의로 처음 발표한 담화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비난하며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도 있는 ‘새로운 길’이 미국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최근 대북 감시활동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지난달 초부터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이지스함을 동해에 상시 배치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U-2S 정찰기에 이어 이날 RC-135W ‘리벳 조인트’ 정찰기 1대를 수도권 상공에 띄웠다. 리벳 조인트는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에도 정찰비행을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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