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물가’ 넉 달 만에 탈출… 여전한 디플레 우려

국민일보

‘마이너스 물가’ 넉 달 만에 탈출… 여전한 디플레 우려

11월 물가 1년 전보다 0.2% 상승… 기저효과 완화, 0% 중반 회복 전망

입력 2019-12-03 04:05

물가상승률이 넉 달 만에 ‘0%’를 벗어났다. ‘마이너스 물가’ ‘0% 물가’를 간신히 탈출했다. 물건을 사려는 수요가 없어 물가가 떨어지면 생산 위축을 유발해 경기 침체를 불러온다. 이런 ‘디플레이션 악순환’ 우려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다만 수요 위축에 대한 ‘경고등’은 여전히 켜져 있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상승률(근원물가 상승률)은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2일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지난달 물가가 1년 전보다 0.2% 상승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 경제는 ‘저물가 현상’을 앓고 있다. 지난 8월에 물가상승률은 0.0%에 그쳤고, 9월에는 -0.4%까지 추락했었다. 넉 달 만에야 0.0%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물가가 떨어져 물건 값이 싸지면 언뜻 좋아 보인다. 하지만 경제 전체로는 상당한 위협 요인이다. ‘수요 급감→가격 하락→생산 위축→경제 공황’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될 수 있다. 최근의 저물가 흐름이 물건을 사지 않으려는 수요 위축 탓이라면 현재 상황은 상당히 위험하다. 그동안 정부는 디플레이션보다 기저효과 등 공급 측 문제로 저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후변화 등으로 가격 변동성이 큰 농산물 가격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대내외 정세에 따라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면서 물가를 끌어내린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0.0%를 탈출하는 데에는 농산물과 석유류 도움이 컸다. 농축수산물의 전년 대비 가격 하락 폭이 3.8%에서 2.7%로 줄었다. 국제유가 안정 등으로 석유류 가격 하락 폭도 7.8%에서 4.8%로 축소됐다.

정부가 저물가의 다른 요인으로 꼽는 가계비 경감대책도 이번에는 물가 상승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교육 등이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지만, 지난달에 버스와 택시 요금이 일부 올랐다. 이에 따라 공공서비스 가격의 하락 폭은 1.0%에서 0.9%로 줄었다.

정부는 일시적인 ‘공급 측 요인’이 서서히 걷히면서 다음 달에는 물가상승률이 0%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0.4%, 내년 물가상승률을 1.0%로 예측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해도, 일부 ‘수요 위축’이 감지되고 있다. 여전히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물가안정목표는 2%다. 물가상승률이 1%대에서 0%대로 주저앉은 배경에는 ‘기저효과’ ‘공급 측 요인’이 크게 자리를 잡고 있지만, 1%대에서 2%대로 올라서지 못하는 이면에는 ‘수요 부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걸 보여주는 지표가 근원물가다. 근원물가는 지난달에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0.6%로 ‘마이너스 물가’를 보였던 지난 9월(0.6%)을 제외하면 1999년 12월(0.5%) 이후 가장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도 1년 전보다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역시 9월을 제외하면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치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저물가 흐름은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공급 측 요인과 정책 요인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라며 “기저효과 등 특이 요인이 완화되면서 연말에는 0%대 중반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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