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특감반원 업무영역 ‘고무줄’… 사실상 국정원 IO 역할

국민일보

靑 특감반원 업무영역 ‘고무줄’… 사실상 국정원 IO 역할

여론파악·기관 이해 조정 명목 ‘월권’ 가능

입력 2019-12-03 04:02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불분명한 업무 분장 탓에 본연의 업무 영역을 뛰어넘어 언제든 월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론 파악’ ‘현안 파악’ ‘기관 간 이해충돌 조정’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 사실상 모든 분야를 건들 수 있는 것이다.

고민정(사진)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은 민정수석실 내 선임비서관실 직원으로서 (수석실) 소관 업무에 대한 조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이 본연의 업무(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감찰)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 출신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 국면에서도 비슷한 논리를 내세웠다. 당시 김 전 수사관은 “노무현정부 인사들의 가상화폐 보유 정보를 수집해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특감반원은 민정수석실에 소속된 행정요원이기도 하다”며 “요원으로서 가상화폐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논리에 따르면 특감반의 업무 영역은 확 늘어난다. 단순한 감찰 기능을 넘어 사회 현안 기초자료를 모은다는 명목으로 각 부처와 기관 출입이 가능하고, 여론 수렴 명목으로 민간인에게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공직자 검증, 정책 수립을 위한 ‘합법적 정보 수집’과 ‘민간인 사찰’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감반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현 정부 특감반원들은 ‘국토교통부 1급 인사 관련 동향’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관련 동향보고’ ‘청와대 독주론에 대한 각 부처 반응’ 등을 조사해 윗선에 보고해 왔다. 이러한 첩보들은 지난 정부까지는 국가정보원에서 각 부처로 출입하는 국내정보담당관(IO)들이 주로 작성하던 것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정보·감찰기관의 불법 정보 수집을 막겠다고 공약하고, 취임 직후엔 국정원 IO제도를 폐지했다. 청와대는 현재 경찰 정보에 크게 의지하고 있지만 국정원 정보에 비해 깊이가 떨어진다. 국정 운영을 위한 정보의 부재를 해소하기 위해 청와대가 특감반의 규모와 권한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조직의 중요성에 비해 수집되는 정보 관리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김 전 수사관 폭로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특감반 내규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감반원들이 고위 공직자 관련 감찰 과정에서 민간인 정보를 수집했을 때, 특감반 데스크와 특감반장 등 민정수석실 ‘내부 판단’에 따라 해당 첩보의 불법 여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태우 국면 이후에도 정보 수요 때문에 청와대가 특감반을 과감히 개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특감반의 본연 업무인 감찰을 위해 법령상의 ‘사실 확인’ 역시 감찰을 위한 것에만 국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과 다른 수석실에서도 각 부처와 시민사회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감반 업무를 축소해 불법 사찰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감찰 가이드라인을 세부적으로 명문화해 불법 정보가 수집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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