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해리스, 커지는 우려… 외교관이 정치문제까지 막말

국민일보

도넘은 해리스, 커지는 우려… 외교관이 정치문제까지 막말

“문 대통령 주변이 종북좌파로…” 튀는 행보 미국도 부담 느껴

입력 2019-12-03 04:01
출처=사진공동취재단

해리 해리스(사진) 주한 미국대사의 무례한 발언이 이어지면서 한·미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의 일련의 발언이 외교적으로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 한국뿐 아니라 미국 행정부에서도 해리스 대사의 튀는 행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의 부적절한 행보로 볼 때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문재인정부와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상황에서 과연 해리스 대사가 트럼프 행정부 최적의 선택이었을지 의심스럽다”며 “미국도 해리스 대사의 돌출 행동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외교관으로서 선을 넘나드는 해리스 대사의 언행은 최근 연달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해리스 대사는 지난 9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소속 여야 의원 10명을 관저로 초청해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 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달 7일에는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관저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을 수십 차례 반복했다. 지난 8월에는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계획을 발표하자 재향군인회 강연과 정부출연기관 포럼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쉐이크쉑’ 개점식에 참석했다.

해리스 대사의 거침없는 발언과 행동에 한국 외교 당국도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외교가 주변에서는 해리스 대사의 언행이 ‘외교적이지 않다’는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종북 좌파’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외교 사절이 주재국 국내 정치를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불문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군인 출신인 해리스 대사가 외교적으로 현안을 풀기보다 미국에 헌신하는 군인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의원은 “외교관이라면 주재국을 존중하면서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이 기본적 프로토콜(규약)”이라며 “(해리스 대사처럼) 싸움꾼 같은 사람은 외교관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과 함께 해리스 대사가 비공식 석상에서 한 발언이 잇따라 새어 나오면서 한국 의원 외교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의원 외교에 앞장서온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외교관과 비공개로 소통한 얘기를 밖에 나가 발설하는 것은 한탕주의이자 수준 낮은 정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해리스 대사가 여러 의도로 한 발언을 공개하는 것은 한·미 간 신뢰는 물론 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원 외교 차원에서 정확한 여론과 정보를 전달해야 할 의원들이 정파에 따라 왜곡된 내용을 전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9월 해리스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 종전선언을 하면 안 된다”며 “그러면 종북 좌파들이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철수와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주장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진행 중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엇박자를 내면서 한국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가현 최승욱 이상헌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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