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주 여성 한국서도 평등한 대우받는 시민으로 살게 해줘야”

국민일보

“결혼 이주 여성 한국서도 평등한 대우받는 시민으로 살게 해줘야”

허오영숙 이주여성센터 대표

입력 2019-12-07 04:05

허오영숙(사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센터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잇따른 결혼이주여성 가정폭력 사건에 대해 “이주여성을 피해자로만 치부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주여성이 가정폭력에 취약한 건 사실이지만 ‘맞고 사는 이주여성’을 일반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허오 대표는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한국 여성이 한 해 9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는데 결혼이주여성은 1~2건 수준”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주여성 가정폭력 사건이 매우 크게 다뤄지는 데 대해 허오 대표는 일종의 ‘차별’이라고 봤다.

허오 대표는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은 마치 우리 사회에 별도로 존재하는 일처럼 부각해 묘사된다”며 “이런 시각은 오히려 이주여성을 섬처럼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한국 여성이 겪는 가정폭력 안에 이주여성 가정폭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맞고 사는 이주여성’이란 시각은 이주여성을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게 한다. 이는 곧 동정과 연민이다. 허오 대표는 이 동정과 연민의 심리가 되레 권력 관계를 만들어 이주여성이 가정폭력에 더 취약해지게 만든다고 했다. 그는 “이주여성을 자꾸 약자로만 보면 이들의 주체성이 드러날 수 없다”며 “이들이 한국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는 한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허오 대표는 최근 전북 익산에서 진행한 항의집회를 통해 결혼이주여성의 주체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 5월 원광대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행사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를 치켜세운답시고 ‘잡종 강세’라 말한 게 화근이었다. 익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한 허오 대표는 지방이다 보니 참여자가 적을까 걱정했는데 관광버스까지 대절해 200여명의 이주여성이 모인 걸 보고 놀랐다고 한다. 정 시장은 결국 이들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허오 대표는 다만 이주여성이어서 겪을 수 있는 언어나 정보접근성 등의 어려움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줄 필요는 있다고 했다. 허오 대표는 특히 “외국인이란 신분과 체류 문제는 이주여성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며 “세밀한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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