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 자극하는 ‘스키노맨’ 4인방… “촌티로 일내니 사장님이 우릴 짱이래요”

국민일보

B급 감성 자극하는 ‘스키노맨’ 4인방… “촌티로 일내니 사장님이 우릴 짱이래요”

입력 2019-12-07 04:01
스키노맨 블루인 하민영·핑크 윤선호·퍼플 최대일·레드 오도영 사원(왼쪽부터)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나무 모형 인테리어를 활용해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대기업 유튜브 채널인데 ‘B급 감성’(촌스럽지만 재미있는 비주류 감성)이다. 때로는 병맛(맥락 없고 어이없음) 요소도 있다. SK이노베이션 유튜브 채널에 등장하는 ‘스키노맨’ 4명을 만났다. 스키노맨들은 평일 낮 광화문 일대에서 보기 드문 원색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했다. 트레이닝복은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 21층에서 최대일(30·인천석유화학) 윤선호(28·SK이노베이션) 하민영(25·SK에너지) 오도영(27·SK이노베이션) 사원을 만났다. 스키노맨 퍼플, 핑크, 블루, 레드다. 회사는 다르지만 이들은 입사 2년차 홍보팀 동기들이다.

이런 기업 유튜브는 없었다

“레트로를 넘어서 뉴트로(복고와 현대 감성 접목)죠. 대기업은 보통 세련되고 멋있는 느낌이지만 이런 복장이나 명칭을 가지고 동네 형동생처럼 친근하게 다가가는 거죠.”(선호 사원)

이들의 콘셉트는 1990년대를 풍미했던 ‘후레시맨’과 같은 전대물이다. SK이노베이션의 홍보라는 사명을 짊어지고 지구에 파견된 스키노맨들이 엔지니어·기술사무직 구성원을 만나 주요 사업, 직무, 사내 복지 등을 소개한다. 공장 야간 교대근무 체험기, 베트남 숲가꾸기 사회공헌활동 등 체험형 콘텐츠도 있다.

스키노맨의 묘미는 한창 업무를 설명하던 엔지니어에게 뜬금없이 이행시를 요구하거나 촌스러운 전대물 CG(컴퓨터그래픽)를 입혀 B급 감성을 활용하는 점이다. 장소가 바뀔 때마다 댑(Dab·춤 동작의 하나)과 함께 외치는 “스키노맨!”은 중독성이 있다.

이들은 딱딱하고 어려운 정유업을 영상으로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지난 6월쯤 스키노맨을 구상해 7월 중순 프롤로그를 선보였다. 마땅한 장소도 없이 옥상에 올라가 땡볕 아래 촬영을 했다. 내레이션도 대일, 민영 사원이 직접 맡았다. 이런 정제되지 않은 콘텐츠가 7만회 조회수를 내면서 스키노맨 다음 영상을 기다리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막내 잠재력, 제대로 보였다

“유튜브는 선배들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냈어요.”(대일 사원)

‘막내 포텐’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민영 사원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우리가 A부터 Z까지 사업을 기획해본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전했다. 본사 홍보팀에서 언론홍보를 맡고 있는 선호 사원은 “홍보 업무 대부분은 막내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형식이지만 스키노맨은 우리의 아이디어가 실제 결과물이 돼서 나온 거고 ‘막내 주도형’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이들에게 ‘가욋일’이지만, 선호 사원은 “그래도 결과물을 보고 얻는 만족감이 있다”고 말했다.

영상을 만들면서 확실하게 느낀 건 선배들과 후배들의 ‘관심사’의 차이였다. “한 영상에서 ‘묻고 더블로 가!’(영화 ‘타짜’의 배우 곽철용 대사)라는 유행어를 자막으로 넣고 싶었는데 웃음 유발 포인트가 뭔지부터 선배들에게 설명해야 했어요.”(민영 사원)

스키노맨은 이 차이를 메워줬다. 선배들도 SNS나 인터넷 유행어 등 후배들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도영 사원은 “처음에는 영상에 자막을 넣기 전에 선배들에게 설명하려고 준비한 유행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펭수 영상처럼 유행하는 영상을 보고 먼저 의견을 주시기도 하고 점점 설명해야 할 게 줄어들고 있다”며 웃었다.

선호 사원은 “SNS에서 진행하는 사내 이벤트 같은 가벼운 소재의 내용을 보도자료로 알릴 때 ‘힙(HIP)하다’(유행을 따르다)는 유행어를 넣었다”며 “선배들도 그걸 받아주시려고 하고 새로운 용어나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우리의 생각을 용인해주는 것들이 생겼다”고 전했다.

“우리 팀도 찍어줘요” 요청 쇄도

“와서 영상 출연해 달라 하면 귀찮아할 것 같아 처음에는 섭외가 될지 두려웠어요. 그런데 의외로 공장 구성원 모두 ‘한 번 찍어주소’ 하며 반응해줬고, 이제 ‘우리 팀도 출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해요.”(민영 사원)

민영 사원이 있는 울산 콤플렉스(CLX)는 구성원이 3000여명이다. 그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주변에서 알아보고 수군거리곤 한다”고 말했다. 도영 사원이 “스키노맨 블루는 울산의 아이콘”이라고 거들었다. 단순히 인기가 많아져서 좋은 게 아니라 이들과 함께 유튜브를 만들어가려는 구성원이 늘고 있다는 게 큰 의미라고 했다. 또 “엔지니어들은 스키노맨 덕분에 조직 분위기가 좀 더 말랑말랑해진 것 같다고 칭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직원이 스키노맨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처
스키노맨 영상에 등장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유튜브 캡처

스키노맨들은 입사 2년 만에 회사의 최정점인 ‘사장님’ 눈에 들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은 요즘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스키노맨 영상을 보며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고 한다. 선호 사원은 “사장님을 ‘스키노맨 총괄’이라고 명칭을 붙였는데 만족스러워 하셨다고 들었다”고 했다.

김 사장뿐만 아니라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 등 CEO들은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캠페인 아그위그(I Green We Green) 챌린지를 홍보하는 영상에 총출동하기도 했다. 대일 사원은 “우리 사장님은 맨날 보면 ‘스키노맨’이라고 반가워해 주신다”며 웃었다.

스키노맨들은 단순히 많이 알아봐줘서 뿌듯한 게 아니라고 했다. 결과로서 보여지는 게 있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채용팁을 제공하는 영상을 서산, 울산 등 사이트별로 찍었어요. 저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역대급 인원이 (공채에) 지원했대요.”(도영 사원)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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