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RE 100

국민일보

[한마당-김명호] RE 100

입력 2019-12-10 04:05

2020년부터 적용되는 파리 기후협정은 본격적인 에너지 전환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단순히 화석연료로 생산하는 전력 공급원의 변화나 지구 환경 개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4차 산업 시대에는 어마어마한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 IT 분야의 경우 2030년에는 데이터센터 운영에만 세계 전력의 13%를 잡아먹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 경제나 성장 동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RE 100’은 ‘Renewable Energy 100%’를 줄인 말로, 필요한 에너지의 100%를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야심 찬 캠페인이다. 2014년부터 글로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2019년 7월까지 구글 애플 나이키 BMW 등 185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 기업은 아직 없다. 참여 기업들은 협력업체들에 사용 전력 일부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것을 권고한다. BMW가 삼성SDI에 자동차 배터리 생산 시 그런 권고를 했다고 한다. 나이키는 202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세웠다. 재생에너지가 기업들에 친환경이미지 정도가 아니라 생존과 비용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꼭 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는 것이다.

안보 분야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 위기를 사기라고 규정하면서 파리 기후협정을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화석연료 대체, 탈탄소화라는 대세는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기후 위기=지구 종말’이란 시나리오는 이미 보편적이다. 보수적인 미 국방부도 수년 전부터 모든 군사시설·기관의 극단적 기후 영향에 취약한 부분 파악 및 극복 수단 마련, 타국 군대에 대한 우월성 확보를 위해 극단적 기후 상황에서 내구성 갖는 신무기·장비 개발, 재생에너지 전력 기반 확충 및 석유 대안 연료 연구 등의 지침을 내렸다. 기후 위기가 안보 이익에도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앞으로 국가 정책이나 국제 무역에 신재생에너지가 주요 이슈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전 세계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목표는 4차 산업 시대의 획기적인 기술 발전과 더불어 목표 달성이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겠다. 에너지 정책 수립에 정치 진영의 이념이 스며들고, 태양광 사업 일부가 여권 정치꾼들의 수익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국가 생존을 위한 이 거대한 흐름에 올라탈 수 없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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