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기현 수사 책임자였던 경무관 “송병기 진술 자체를 몰랐다”

국민일보

[단독] 김기현 수사 책임자였던 경무관 “송병기 진술 자체를 몰랐다”

기획 수사 의혹 더욱 커져

입력 2019-12-09 18:17 수정 2019-12-09 21:13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9일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황 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제기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등을 향해 “법정에 있어야 할 토착비리와 부패비리 범죄자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큰소리를 친다”고 썼다. 연합뉴스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울산경찰청이 벌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의 책임자였던 경무관이 “송병기 부시장의 진술 자체를 몰랐다”고 국민일보에 밝혔다. 송 부시장은 청와대에 김 전 시장 비리를 제보한 당사자이고, 김 전 시장 비리와 관련해 경찰에서 이례적인 가명 참고인 진술조서를 여러 차례 쓴 인사다. 중요 참고인의 진술을 가명으로 받은 사실이 수사책임자에게 보고되지 않은 점은 울산경찰청 내 일부 경찰관이 동원된 ‘기획수사’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이순용 전 울산경찰청 제1부장은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송 부시장이 당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이번에 언론을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이 전 1부장은 송 부시장이 참고인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으며, 가명으로 진술 조서를 만든 일은 모두 수사를 직접 담당한 수사과의 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전 1부장은 “수사팀이 사람 부를 때마다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다. 구체적 얘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1부장이 송 부시장의 참고인 진술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것은 당시 경찰 내에서도 수사 내용을 소수만 공유했다는 정황으로 이어진다. 이 전 1부장은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측근비리 내사 및 압수수색 착수 단계부터 지휘 라인에 있었으며, 지난해 4월 이후부터는 수사책임자였던 인물이다. 황 청장은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직후인 지난해 4월 4일 “수사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어 수사지휘를 회피한다”며 “이 제1부장을 수사책임자로 한다”고 했었다.

송 부시장은 중요 참고인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해석이다. 그는 안면이 있는 청와대 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 관련 비위를 제보한 뒤 지난해 1월쯤 김 전 시장 내사를 벌이던 울산경찰청 수사팀을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16일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직후에도 ‘퇴직공무원 김OO’라는 이름으로 진술조서를 꾸몄다. 진술조서를 꾸밀 당시에는 출마가 확실시되는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정책특보를 맡고 있었다.

가명으로 조서를 꾸미는 경우는 제한적이고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전 1부장에게 보고가 없었던 사실은 이례적이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이 조서 등에 범죄신고자 등의 인적 사항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에는 즉시 검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당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송 부시장의 가명 참고인 진술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가명이 필요했던 배경이 있는지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상 가명 진술은 신고자나 친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조직범죄 수사 등에서 활용된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경찰 측 참고인으로 애초 ‘섭외’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관련 경찰관들에게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구자창 구승은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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