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번아웃 증후군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번아웃 증후군

입력 2019-12-11 04:02

얼마 전 모임에서 30년의 교직 생활을 하다가 명예퇴직하신 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초년 교사 시절, 우연히 전국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부터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고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일에 자신을 맡긴 채 계속해서 몸을 혹사하게 되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었고 결국 30년 만에 용기를 내어서 교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 뒤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서 하나씩 하고 있는데 너무 즐겁다고 한다. 지금도 가끔 강사로라도 나와서 일을 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동료의 전화가 걸려오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더라도 이렇게 사는 게 더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번아웃(burn out) 증후군이 떠올랐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일이나 작업에 의욕을 내고 몰두하다가 신체와 정신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돌아보면 나 역시 30대에 끝도 없는 경쟁의 레이스에 몰두한 경험이 있다. 대학원 졸업 후 강사 생활을 하게 되면서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시라도 쉬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했다. 조급증은 갈수록 더 심해졌다. 수업시간도 무리해서 늘려나갔다. 하지만 만족도는 갈수록 낮아졌다. 모두가 달리고 있는 시스템 안에 있게 되면 나만 혼자 달리지 않고 걷거나 서 있으면 불안하게 된다. 어느 날 문득 무엇 때문에 내가 이렇게 달리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제 몸을 챙깁니다’에서 저자는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고 말한다. 억압이 외부에서 주어질 때와 달리 내부에서 주어지면 착취는 더욱 심해지는데 자신을 위해서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에너지가 고갈된 줄도 모르고 계속 열심히 하다 보면 결국 질병 아니면 소진이 되기에 이른다고 한다.

얼마 후, 이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새로운 곳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숙고를 하면서 한 템포 천천히 가보기로 했다. 누구나 번 아웃의 시간이 찾아올 수 있다. 그때에는 잠시 자신을 돌아보며 속도를 조절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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