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情談-황교익] 갈라파고스가 된 치킨 공화국

국민일보

[너섬情談-황교익] 갈라파고스가 된 치킨 공화국

‘소확행’할 게 치킨뿐인 국민들이라 대형보다 맛은 떨어져도 ‘1인1닭’할 소형을 지지

입력 2019-12-11 04:01

한국의 치킨은 맛이 없다. 이 평가는 나의 개인적인 기호에 따른 것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맛이 없다. 농촌진흥청이 ‘육계 경영 관리’라는 책자에서 한국 치킨은 맛없음을 과학적 데이터로 공박한 바가 있다. 치킨 공화국 대한민국의 치킨은 1.5㎏짜리 소형 육계로 튀긴다. 외국은 2.8㎏ 내외의 대형 육계로 치킨을 튀긴다. 2배 차이가 난다. 농촌진흥청은 1.5㎏짜리 소형 육계와 비교해 2.8㎏짜리 대형 육계의 맛이 어떤지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고 있다.

“고기 맛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방이 일반 닭은 0.12%인 것에 반해 대형 닭은 0.46%로 3.8배임. 감칠맛 나는 핵산물질 이노신산 함량이 일반 닭에 비해 대형 닭이 많음. 쓴맛을 내는 무기물 성분인 P(인)가 일반 닭은 2412ppm이고 대형 닭은 2251ppm. 이외에도 쫄깃함을 느끼게 하는 전단력, 소비자가 좋아하는 황색소 등이 일반 닭에 비해 대형 닭이 많음.”

대형 육계라는 단어에 노계나 폐닭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노계나 폐닭은 산란계에 쓰이는 용어이다. 달걀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2~3년 묵은 산란계는 솎아내게 되는데, 이런 산란계가 노계 혹은 폐닭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나온다. 육계는 노계니 폐닭이니 하는 것이 없다. 육계(肉鷄)는 이름 그대로 고기를 먹기 위한 닭이므로 적절한 몸무게가 나가면 바로 잡는다. 1.5㎏짜리 육계는 사육 일수가 30일이고, 2.8㎏짜리 육계는 사육 일수가 40일이다. 대형 육계는 소형 육계에 비해 10일 더 키울 뿐이다.

치킨 공화국 대한민국에는 “영계가 맛있다”는 신화가 떠돈다. 영계는 연계(軟鷄)의 ‘연’을 영어 ‘영(young)’으로 대체한, 말장난으로 탄생한 단어이다. 연계는 ‘연한 닭’이라는 뜻이다. 닭은 120일 정도에 이르면 어른 닭이 된다. 암탉은 알을 낳고 수탉은 암탉을 거느리는 장닭이 된다. 어른 닭이 되면 닭고기가 질겨진다. 그 이전의 닭이 연계이다. 대체로 100일 전후의 닭을 연계라 하였다.

치킨 공화국 대한민국 외 다른 나라 국민이 먹는 대형 육계는, 농촌진흥청이 권장하는 대형 육계는, 40일 정도 키운 닭이다. 예전의 연계를 기준으로 보면 병아리 수준이다. 그러니 대형 육계는 영계가 아니므로 맛이 없을 것이라는 말은 반관습적이며 비과학적이다.

육계를 크게 키우면 치킨 가격이 올라가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닭을 키우는 데 10일이 더 걸리니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10일간의 고기 증산으로 얻는 이익이 10일간의 사육 비용을 상계하고도 남는다. 40일 키운 2.8㎏짜리 대형 육계가 30일 키운 1.5㎏짜리 소형 육계보다 경제적이다. 농촌진흥청의 과학적 설명은 이렇다. ‘대형 육계 생산의 이점’이라는 제목 아래에 있는 설명이다.

“생산비 20% 수준 절감. 병아리 가격 25% 이상 절감. 생산자재 30% 수준 절감. 노동력 30% 수준 절감. 가공비 20% 수준 절감.”

대형 육계로 치킨을 튀기면 맛도 좋아지고 닭고기 무게당 가격까지 싸지게 된다. 농가는 생산비를 줄여서 이득이고 소비자는 치킨 가격이 조금이라도 내릴 것이니 이득이다. 무엇보다도 치킨 공화국 대한민국 국민이 맛있는 치킨을 먹을 수 있어서 이득이다. 모두가 이득이다. 소형 육계 치킨을 마리당 파는 업체들 빼고는.

치킨 공화국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이득인 대형 육계 치킨이 왜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못하는 것일까. 세계인들은 다들 맛있고 값싼 2.8㎏의 대형 육계로 치킨을 조리하여 먹는데, 왜 치킨 공화국 대한민국 국민만 맛없고 비싼 1.5㎏의 소형 육계로 치킨을 조리하여 먹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떻게 하여 갈라파고스가 되었을까.

한국만 유독 작은 닭으로 치킨을 튀기고 이 치킨은 맛이 없다는 말을 하는 내게 돌아오는 것은 비난뿐이다. “외국인도 맛있다고 하는 한국 치킨을 왜 맛없다고 하나요. 비애국자입니다”라고 공격한다. 너무 작아서 ‘1인 1닭’을 할 수밖에 없는 소형 육계 치킨을 마치 맛있어서 ‘1인 1닭’을 하게 된 듯이 허위 마케팅을 하는 업체들을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소확행’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치킨밖에 없는 치킨 공화국 국민의 애달픈 자존심이 이 나라를 갈라파고스로 격리시키고 있다. 슬픈 치킨이다.

황교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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