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배승민]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 있는 시간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 있는 시간

입력 2019-12-13 04:07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오래전 만화 주제가의 한 소절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다수 그렇게 씩씩한 드라마의 주인공이 못 된다. 명백한 따돌림이 아닐지라도 은근한 외로움은 학생뿐 아니라 직장인, 심지어 가족 사이에서도 언제나 인기 상담 주제일 만큼 사람들을 괴롭히는 감정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때때로 홀로인 시간이 필요하다. 불편한 상사나 동료, 후배들과 부대끼고 종일 회의에 시달린 날. 퇴근길 주차 후 잠시 그대로 눈을 감고 차 안에서 조용히 음악을 듣는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때론 시동을 끈 뒤 유리창을 타닥타닥 두드리는 빗소리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잰걸음으로 이동하다 마주친 작은 공원에서 따듯한 편의점 캔커피 한 모금에 숨을 돌리며 마음을 가다듬어보았을 수도 있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 그 시간이 짧아도 충분할 수 있고, 또 누구는 어느 정도 길어야 편안하다. 즉 자신의 성향과 시기, 상황에 맞게 적절히 자신의 시간을 잘 누리는 것은 마음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참으로 복잡 오묘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넘어 ‘혼자만’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인류는 역사상 자연과 환경에 대응하며 집단으로 생존해 왔기에 지나친 외로움은 마음뿐 아니라 몸의 병까지 만들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인간이나 유인원은 아주 어릴 때, 아무리 쾌적한 환경에서 풍족히 먹을 수 있어도 따듯한 손길과 적당한 온기가 부족하면 뇌와 몸의 성장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서로를 위한 따듯한 교류와 신체 접촉은 음식만큼이나, 또는 그보다도 생존에 중요한 것이다. 우리 앞세대들이 자손과 생존을 위해 ‘밥 한 술 더’에 노력해 왔다면, 이제 우리는 그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할 시기일 것이다.

차가운 바람과 싸늘한 풍경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기 쉬운 연말. 떠들썩한 중에도 외로운 자리보다, 혼자여도 나를 위한, 충만한 시간을 갖고 함께여서 더 따듯한 사람들과 서로의 따스함을 나누는 연말이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외로워도 슬퍼도 언제나 괜찮을 존재가 아니니까.

배승민 의사·교수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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